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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가수의 뮤직비디오 "섹시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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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차르트의 ‘돈조반니’에서 도나 안나로 출연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클래식 DVD 하면 콘서트나 오페라 공연 실황을 찍은 것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범위를 좀 더 넓힌다면 음악가(연주가)의 일상생활과 연습 장면.인터뷰를 생생하게 카메라로 담아 방송용으로 제작한'음악 다큐'를 떠올리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음악과 영상의 만남에 새로운 파격을 제시한 DVD가 최근 화제다. 뛰어난 노래 실력에다 톱 모델 뺨치는 미모까지 갖춘 러시아 태생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32)가 내놓은 '안나 네트렙코-여성, 목소리'가 화제의 비디오다. 지난해 도이체 그라모폰(DG)레이블로 내놓은 데뷔 독집앨범 수록곡 중 다섯 곡을 골라 엮은 '뮤직 비디오'버전이다. 오페라 공연 실황 하이라이트를 편집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컨셉트 설정부터 의상.안무.편집까지 CF 촬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그러니 한번 리모컨을 누르면 DVD가 끝날 때까지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달 출시돼 독일 DVD 차트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푸치니의'라보엠'중 무제타의 왈츠 등 귀에 익은 아리아를 쉴새 없이 영상이 움직이는 뮤직 비디오로 만들었으니 골수 오페라팬이 아니더라도 금방 음악에 빠져든다. 네트렙코 자신의 음악세계와 미모를 널리 알리는 '홍보물'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훌륭한 '음악상품'이라는 점에서 MTV나 뮤직 비디오의 생리를 닮았다. 뮤직 비디오의 위력이 클래식 중 가장 대중적인 장르인 오페라로 번진 것이다.

브리트니.마돈나.마이클 잭슨의 뮤직 비디오 제작에 참가했던 영화감독 빈센트 패터슨이 메가폰을 잡았다. 열렬한 오페라 애호가이기도 한 그는 '모차르트의 궁정 오페라''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초상''베토벤 연구''슈베르트 연구''보로딘 4중주단''오페라 룰루'등 클래식 관련 비디오.TV , 네트렙코 주연의 이'뮤직 비디오'는 오페라 아리아마다 각기 다른 설정으로 오페라 디바의 다채로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구노의'파우스트'중 '보석의 노래'에선 19세기와 20세기를 오가며 외모 꾸미기에 열심인 여성의 모습을 연기한다. 드보르자크의'루살카'중 '달의 노래'에선 짙은 화장에 젖은 옷을 입고 꽃잎 모양의 고무 보트에 몸을 실은 후 호수 위에 비치는 달빛을 즐긴다. 현대적 연출을 가미한 오페라 무대에서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파격을 보여준다. 매력적인 외모 덕분일까. 네트렙코는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올해 시즌에 '라보엠'의 무제타(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돈조반니'의 돈나 안나(빈 슈타츠오퍼).'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상트 페테르부르크 오페라), '캐퓰릿가와 몬테규가'의 줄리에타(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역 등을 맡았다. 틈틈이 '보그''엘르''배니티 페어''W 매거진''인콰이어'등 패션 잡지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바쁜 일정을 쪼개 세계적인 소프라노 레나타 스코토(71)에게 오페라 가수로서의 소양과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지나치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소리에다 극적인 깊이가 매력이다.

네트렙코는 1995년 키로프 오페라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공동 제작한 글린카의'루슬란과 루드밀라'로 미국 데뷔에 성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열렬한 후원을 받으면서 세계 무대로 뻗어가고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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