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용산 재개발 참사 수습 - 확전 기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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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역을 찾은 각 당 지도부가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오른쪽 사진은 정세균 민주당 대표. [뉴시스]

한나라당이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 용산 재개발 농성자 사망 사건과 관련한 제도개선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청와대가 김석기 서울경찰청장(경찰청장 후보자)의 조기 사퇴에 대해 신중론을 앞세우는 상황에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려면 그나마 신속한 정책대안 수립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용산 사태가 이제 수습 국면으로 가고 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 빈민대책”이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도시 빈민들의 주거안정과 생활에 대한 당 차원의 대책을 반드시 세워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홍 원내대표는 “재개발·재건축 현장마다 가장 큰 문제가 원주민의 재정착률이 20%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라며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이려면 한국토지주택공사법과 토지임대부주택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당이 요구하는 용산 사건 국정조사에 대해선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옳다. 야당의 정치공세에 밀리지도, 받아들이지도 않겠다”며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재개발 지역 분쟁 원인 중 하나가 재개발조합의 비리인데 관련 정보를 공개해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면 분쟁 가능성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이날 설 인사차 전화를 건 박희태 대표에게 전날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강력 투쟁을 당부한 것을 원색 비난했다. YS는 “DJ는 입만 열면 선동과 파괴적인 언행을 일삼고 있으니 전직 대통령으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고 윤상현 대변인이 전했다.

◆"검찰수사 부실하면 특검”=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서울역에서 개최한 확대간부회의에서 “검찰이 용산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특검까지 도입해야 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사건 당일 경찰과 재개발조합 측 용역업체가 합동작전을 벌였다며 서울경찰청의 무선 통신 내용을 공개했다. 사고 당일인 20일 오전 6시29분 현장에서 ‘용역 경비원들이 경찰력의 뒤를 따라 장애물과 시정장치를 해제 중’이라며 무전 보고한 내용이다. 김 의원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무선통신 내용을 확인한 결과 용역업체와 무관하다던 경찰의 주장은 거짓말임이 드러났다”며 “경찰과 용역업체가 합동 작전을 벌였다는 확신이 든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용역 직원들이 문을 잠가 놨는데 작전시간이 임박해 그들에게 문을 따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용역직원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하·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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