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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 제2홍콩 무역.정보의 새중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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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앞으로 5년간 적어도 5조엔(약 38조원)의 돈이 오키나와(沖繩)에 풀립니다.우정성이 마련한'오키나와 멀티미디어랜드'계획에만 4,5천억엔이 투입되지요.” 27년전 오키나와에 정착해 컴퓨터업체를 운영중인 김태원(金泰源.57.이미콤 대표)씨는 일본 본토의 대기업은 물론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산업전문가들,한국.대만의 기업인들이 요즘 줄줄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홍콩반환후 오키나와가 대대적인 규제철폐만 단행한다면 단기간내 동아시아 정보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보았다.

지난 2일 일본 우정성은 세계최대의 항공화물 운송회사 페더럴 익스프레스(미국)의 오키나와 취항을 인가한다고 발표했다.오타 마사히데(大田昌秀)오키나와지사는 발표직후 기자회견을 갖고“며칠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가 내게 전화를 걸어 인가문제가 잘될 것이라고 전해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키나와가'제2의 홍콩'을 목표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반경 2천㎞내에 한반도와 중국동부,일본.대만.필리핀을 싸안는 지리적 이점을 업고 홍콩을 대신해 동아시아지역 무역.정보.물류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야심이다.

지난달 17일 미군기지 시한연장을 위한 특별법이 일본국회를 통과하면서 오키나와에는 경제진흥책이라는 이름의 당근이 주어졌다.연립여당은 오키나와에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는 한편'1국2제도'상황을 무릅쓰고라도 입국절차.세금 등에서 최대한 오키나와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다음달부터 도쿄(東京)와 오키나와간 항공요금이 대폭 인하되는 것도 이 지역을 배려한 특별조치. 오키나와는 그동안 카지노같은 위락시설 위주의 제주도모델과 동서문화센터 등으로 국제교류의 중심지가 된 하와이모델도 검토했으나 결국 동아시아의'장터'로 변신하는 홍콩모델을 택했다.현청이 지난달 15일 완성한'국제도시형성 기본계획'은 경제특별구를 무역의 거점으로 삼고 한국.대만.홍콩인에게 노(NO)비자 입국을 허용하며 관세.법인세 감면및 대대적인 규제철폐로'기업하기 좋은 섬'을 꾸민다는 장기전략을 담고 있다.여기에는 그동안 홍콩이 누리던 지위가 반환후 어떤 식으로든 약화돼 반사이익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강하게 깔려 있다.계획안 작성을 주도한 요시모토 마사노리(吉元政矩)오키나와현 부지사는“6백년전의 류큐(琉球.오키나와의 옛지명)왕국은 동아시아 경제.인적 교류의 해상중심지였다.현대의 오키나와가 그 역할을 다시 맡는다고 해서 이상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오키나와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대만.국민당정부는 지난해 1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두차례에 걸쳐 오키나와에 조사단을 파견한바 있다.그러나 대만의 적극적인 자세에는 미군기지가 있는 오키나와에 대대적으로 투자함으로써 미.일안보체제에 자연스럽게 편승하려는 의도가 엿보여 일본.중국정부가 마땅치 않게 여기는 면도 있다. 오키나와=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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