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경제 위기 지속 - 기업 부도 늘고 부실채권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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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태국 경제는 안정되고 있는 것일까.태국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경기가 둔화되면서 인플레와 경상수지 적자가 한풀 꺾이는등 경제가 다소 안정되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이에 따라 현재 부동산및 금융기관 문제에 대해서만 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가및 대다수 민간 경제학자들은 정작 심각한 문제는 부실채권의 확대며,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한다.일부 민간 경제학자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예상치인 5.9%보다도 훨씬 낮은 3%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한다. 오늘날 태국 경제의 문제는 지난 90년대초부터 비롯됐다.당시 태국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국제 펀드등으로부터 무분별하게 빌려 썼다.이 자금중 일부는 경제발전에 사용됐지만 상당부분은 부동산.주식투기등에 집중됐고,또 일부는 비효율적으로 이용됐다.이에따라 은행을 통하지 않은 민간부문의 이자비용 부담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8%까지 올라갔다.이는 아시아의 다른 고도성장국과 비교할 때(표 참조) 매우 높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기업 부도가 늘고 있다.기업들이 다른 기업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해 부도를 내는 연쇄부도 형태도 많은 실정이다.

심지어 최근 굴지의 전자업체인 알파텍 그룹이 자금을 구하지 못해 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와의 합작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최악의 상황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한다.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실업도 늘고 있다.최근 섬유및 의류부문쪽에서만 약 1만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고,광고.건축및 디자인부문의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현실은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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