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결혼 뒤풀이 - 車에 신랑 묶고 달린 친구에 범칙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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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8일 오후3시쯤 강원도춘천시근화동 강원예식장에서 결혼식을 마친 신랑 金모(32)씨는 두 손목을 친구의 승용차 트렁크에 묶여 대로 5백를 뛰어가는 수난을 당했다.

같은날 오후4시쯤엔 춘천 안보회관에서 결혼한 신부 崔모(28)씨가 신랑 친구들이 결혼식장 앞 자연보호헌장의 남자 나체상에 술을 흘려 성기부분으로 떨어지는 술을 받아 마시는 곤욕을 치렀다.

경찰은 신랑을 승용차에 끌고 운전한 친구 金모(32.춘천시근화동)씨에게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범칙금 6만원을,신부를 골탕먹인 신랑 친구 申모(28.춘천시남산면)씨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범칙금 5만원을 물렸다.

애교를 넘어선 결혼식 뒤풀이가 경찰의 제재를 받는 상황이 됐다.

결혼식이 많은 주말이면 강원지역 뿐만 아니라 김포가도등 전국 곳곳에서 요란한 결혼식 뒤풀이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이달초부터 강원도 강릉경찰서가 미풍양속을 해치는 결혼식 뒤풀이 단속에 나선데 이어 춘천경찰서도 8일부터 집중단속에 나섰다.

경찰이 이같이 단속에 나선 것은 강원도내에서 유행하는 결혼식 뒤풀이가 특별히 유별나기 때문. 뒤풀이 장소로 가는 도중 신랑의 옷을 벗겨 팬티와 러닝셔츠차림으로 차량 트렁크에 태워가거나 아예 신랑의 손목을 끈으로 차량에 묶어 뜀박질시키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가축운반 차량에 신혼커플의 손발을 묶어 태운후 짐승 흉내를 내도록하는 행위까지 등장했다.

뒤풀이 장소에서도 꼴불견은 계속된다.신랑.신부의 신발을 벗겨 소주를 붓고 양말을 헹군후 신랑.신부에게 마시라고 강요하기도 한다.심지어 포클레인의 삽이나 각종 작업차량에 신랑.신부를 태워 하늘높이 올렸다가 갑자기 내리거나 바닷물에 넣었다 꺼냈다 하는 행위도 자행되고 있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그동안 결혼식 뒤풀이가 지나치다는 시민들의 항의가 많았다”며“미풍양속을 해치고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결혼식 뒤풀이를 강력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대 이인혜(李仁惠.43.심리학과)교수는“우리 사회가 성개방적이며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결혼식 뒤풀이도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건전한 결혼식 뒤풀이를 위해 시민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강릉=홍창업.박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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