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서핑차이나] 후진타오의 6대 대만 정책 ‘후류뎬(胡六點)’의 행간 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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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중국을 엄수하고, 정치적 신뢰를 증진한다. 恪守一個中國,增進政治互信
경제적 합작을 추진하고, 공동의 발전을 촉진한다. 推進經濟合作,促進共同發展
중화의 문화를 선양하고, 정신적 유대를 강화한다. 弘揚中華文化,加强精神紐帶
사람의 왕래를 강화하고, 각계의 교류를 확대한다. 加强人員往來,擴大各界交流
국가의 주권을 수호하고, 외교적 사무를 협상한다. 維護國家主權,協商涉外事務
적대적 상황을 종결하고, 평화적 협의에 도달한다. 結束敵對狀態,達成和平協議

이상은 지난해 12월31일 후진타오 주석이 '대만 동포에게 고하는 글' 발표 30주년을 기념하는 좌담회에서 양안관계의 평화로운 발전을 위해 제출한 여섯가지 의견이다.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30년 전인 1979년 1월1일 무력을 통한 대만 통일정책을 평화통일로 전환하고 양안교류를 제안하는 내용의 ‘대만 동포에게 고하는 글’을 발표한 바 있다.

중화권 매체들은 이를 ‘후진타오 주석의 여섯가지 의견’의 줄임말인 ‘후류뎬(胡六點)’이라고 지칭하고 연일 분석 박스를 쏟아냈다. 중국식 구글링(googling·인터넷 검색)인 ‘바이두이샤’(百度一下)를 21일 밤에 해 보니 536건의 뉴스가 걸러져 나왔다.

후 주석은 이날 “전 민족의 단결, 조화, 창성을 실현하기 위해 양안의 통일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역사적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후 주석의 제안에 간단하게 대답했다.
“후류뎬(胡六點)은, 강경함 중에 더욱 강경하고, 부드러움 중에 더욱 부드럽다(硬中更硬,軟中更軟)”라고. 한마디로 ‘언중유골(言中有骨)’이었다는 말이다.

왜 후진타오는 2009년을 하루 앞둔 제야에 여섯가지 지침을 내놓았을까?

중국 공산당은 여러 장기가 많다. 그중 가장 출중한 점은 두 가지다. 바로 통일전선전술과 선전술이다.
‘후류뎬’은 이시대 통일전선전술의 모범답안이라고 부를 수 있을 듯 싶다. 즉 ‘하나의 중국’을 위한 전술적 접근이다.

특히 ‘후류뎬’의 행간을 읽어보면 단지 대만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제안의 대상을 티벳이나 위구르와 같이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지역의 분리주의자로 바꿔 놓고 읽어도 틀린 구석을 찾기 어렵다.

티베트 봉기 50주년을 무마하기 위한 흔적이 ‘후류뎬’에 여실히 녹아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는 헌법 제4조를 준수하겠다고 선서한 대한민국 위정자도 이런 중국의 통일전술을 남북문제에 도입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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