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용섭 KISDI 실장 “경쟁자 늘면 방송시장 공멸 주장은 허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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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염용섭(사진) 방송통신정책연구실장은 21일 “규제가 풀려 경쟁자가 늘어나면 방송 사업자들이 공멸할 것이란 주장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방송산업은 성장이 멈춘 ‘죽은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경쟁은 상품(프로그램)의 질을 올리고 소비자의 이익도 높이게 마련”이라고 단언했다. 염 실장은 KISDI가 ‘방송 규제 완화의 경제적 효과 분석’이란 제목으로 19일 낸 보고서의 연구를 총괄 지휘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의 경제 효과를 분석한 내용이다. 연구에 참여한 5명의 박사는 “방송시장 4500여 명을 포함해 최대 2만1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염 실장으로부터 연구의 의미와 한국 방송 정책의 문제점 등을 들어봤다.

-연구의 의의는.

“그간 방송의 사회문화적 논의는 많았지만 또 다른 측면인 산업적 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보고서는 규제 완화 효과를 경제적 시각에서 처음으로 시뮬레이션했다는 특징을 가진다. 활발한 후속 연구를 기대한다.”

-일자리와 경제 효과는 어떻게 계산했나.

“규제 완화 이전과 이후 상황을 비교했다. 변하게 될 시장 규모를 추정한 뒤 각종 지표를 활용해 취업과 생산유발 효과를 계산했다.”

-방송산업의 일자리 창출이 왜 중요한가.

“전자나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점차 ‘고용 없는 성장’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고용효과가 다른 산업보다 크다는 장점이 있다.”

-참고할 외국 사례가 있나.

“영국의 경우 사전 규제 완화가 침체된 방송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1996년과 2003년의 방송법 개정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송산업 비중이 98년 0.86%에서 2005년 1.01%로 커졌다.”

-현재 방송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뭔가.

“방송 독과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콘텐트 분야의 발전이 지체돼 있다. 이것이 방송시장의 저성장으로 이어진다. 규제를 풀어 투자를 늘리고 경쟁을 강화하면 프로그램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믿는다. 그런 선순환 구조가 시장을 키우는 것이다.”

-외국의 매체 겸영 사례를 놓고 논란이 많다.

“사안의 일부만 보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전면적 진입 제한을 하고 있는 선진국은 없다는 점이다. 문을 연 뒤 여론 독점을 막을 장치를 두는 게 보편적이다.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면 논란이 그칠 수 없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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