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새내기 주식형 펀드 1개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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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새내기 펀드가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10월 이후 주가 급락으로 반토막 펀드가 속출하면서 펀드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설정된 공모 주식형 펀드는 달랑 하나, 교보악사자산운용의 연금주식펀드뿐이다. 이 회사 박정환 상품전략팀장은 “세제 혜택이 있는 장기 투자 상품이라서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만들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주식형이 인기 끌기 어려운 시장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식형 펀드는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 60개씩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7월 이후 신규 설정 펀드가 크게 줄어 하반기엔 월평균 22개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국내 주식형은 지난해 4분기에도 가치주와 인덱스 펀드 위주로 꾸준히 나온 편이다. 라자드코리아운용·LS자산운용·메리츠자산운용 등 신생 운용사가 새 상품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대부분 설정액이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해외 펀드는 10월 이후로 새로 설정된 펀드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넉 달 동안 새로 나온 상품이 삼성투신운용의 연금상품 두 개뿐이다.

해외 현지의 규정에 쫓겨 어쩔 수 없이 나오는 해외 펀드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 China A Share 주식형 펀드’를 22일부터 모집해 다음 달 2일 운용한다고 21일 밝혔다. 미래에셋이 지난해 9월 이후 처음 내놓은 주식형 펀드다. 홍콩H증시가 아닌 중국 본토의 상하이 A증시에 상장된 주식에 투자한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8월 초 중국 A증시의 투자 자격을 얻었지만 시장 상황 때문에 상품 출시를 미뤄 왔다. 하지만 6개월 이내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지 않으면 자격을 박탈당한다는 규정이 있어 더 미룰 수 없었다. 이 회사 권순학 상무는 “지난해 하반기는 신상품 출시 분위기가 아니었고 지금도 투자자들의 공포 분위기가 남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 본토 증시의 투자 자격을 얻는 삼성투신도 조만간 중국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펀드시장의 유행은 해외 펀드가 주도해 왔다. 고유가에 힘입어 러시아·브라질 같은 자원 부국과 농산물·원자재 관련 펀드가 대거 출시됐다. 중국 펀드 붐에 힘입어 대만 펀드도 줄줄이 나왔다. 라틴아메리카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펀드도 출시가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앞에서 이머징 시장은 맥 없이 무너졌다. 펀드 수익률은 급락했고 7월 이후 해외 펀드 설정액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삼성증권 조완제 연구원은 “이제 해외 펀드라면 쳐다보지도 않는 투자자가 많다”며 “비과세 혜택도 올해까지여서 당분간 해외 펀드가 새로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가가 이미 많이 떨어진 지금이 오히려 펀드 설정의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6월 출시된 ‘트러스톤칭기스칸펀드’는 비교적 괜찮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조완제 연구원은 “펀드시장이 주식시장보다 뒤늦게 살아나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이 안 좋을 때 새 상품이 나와 시장을 개척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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