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龍들에게 물어보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나라밖 넓은 세계에서는 5월초에서 6월초까지 한달 사이에 주목할만한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났다.냉전이후의 새로운 세계질서가 정착하는데 영향을 미칠 사건들이다.

5월1일 영국 총선거로 노동당이 집권했다.27일에는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16개국 수뇌들과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대통령이 NATO와 러시아의 협력관계에 관한 기본의정서에 서명했다.28일에는 헤이그의 마셜플랜 50주년 기념식장에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중.동구를 위한'뉴 마셜플랜'구상을 밝혔다.지난 1일에는 프랑스 총선결과'우(右)대통령 좌(左)총리'의 기형적 보혁(保革)공존체제가 탄생했다.

우리는 이런 일련의 사태에 당연히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그러나 우리의 시야는 한보사태,대선자금,12월 대선(大選)후보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에 가려 국제정치의 큰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NATO의 동방확대는 유럽의 서쪽 절반에만 미치던 안정과 번영이 전유럽으로 확산될 것을 예고한다.7월이면 폴란드.체코.헝가리의 NATO 가입이 결정된다.발트3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도 민주화.시장화 속도에 따라 그 뒤를 따른다.

NATO와 러시아는 합동이사회를 설치해 유럽의 안보에 관해 정기적으로 협의하고 공동으로 평화유지활동을 벌이게 된다.러시아는 NATO에서 일정한 발언권을 확보하고 범유럽적 협력의 틀에 편입돼 국제사회의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NATO회원국이 되는 나라의 군사장비와 통신시설을 NATO규격에 맞게 개편해야 하기 때문에 방위산업의 중.동구 특수(特需)가 일어날 것이다.앞으로 10년간 2백70억~3백50억달러의 방위산업 수요가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 48~52년 마셜플랜으로 전후 유럽의 부흥에 1백30억달러를 투입했다.지금의 화폐가치로 따지면 8백80억달러 정도로 계산된다.클린턴은 헤이그에서 중.동구지원을 위한'뉴 마셜플랜'을 제창했다.이 구상에 따르면 중.동구의 인프라를 위해서만 1천억달러가 필요하다.그 대부분을 민간자본에 맡기자고 한다.여기에는 더 큰 중.동구특수가 기다린다.'뉴 마셜플랜'이 성사되면 유럽의 정치.경제지도는 다시 그려져야 한다.

프랑스 총선의 해외 최대 패자(敗者)는 헬무트 콜 독일총리다.자신과 함께 유럽통합의 두바퀴의 한쪽인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이 무력해지고,지금 추진중인 복지축소정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유럽통합의 장래가 불투명해졌다.

유럽공동체 15개국중 독일과 스페인을 제외한 13개국에서 좌파가 집권해'좌파유럽'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좌파와 우파간 정책구별이 모호하다고 해도 우파는 시장원리와 경쟁력강화를 강조하는 반면 좌파에는 평등과 공정(公正)이 우선순위에서 앞선다.단일통화를 포함한 유럽통합 문제에서 프랑스 좌파내각은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복지의 확대를 위해 지출을 늘리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단일통화 참가자격을 얻을 수 없다.

아시아에서도 질서의 개편은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이달말 중국으로 돌아가는 홍콩의 장래에 21세기 아태지역의 경제와 안보가 달려있다.동남아국가연합(ASEAN) 7개국은 7월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를 가입시켜 'ASEAN 10'의 발언권이 한층 커진다.한국과 ASEAN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도 따라서 커진다.

지금 한국 대선정치의 우물안에서는 하루도 안거르고 아침부터 밤중까지 입심좋게 내각제다 아니다,대선자금 밝히라 못밝힌다,이회창(李會昌)은 신한국당 대표직을 사퇴하라 못한다로 공공(公共)에너지가 소모되고 있다.용들에게 묻고 DJP에게 묻는다.그대들은 그 우물밖 넓은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계사적 일들의 높은 파도가 한국의 연안까지 밀려드는걸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김영희 국제문제大記者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