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받은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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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불량한(?) 녀석들이 필요하다.” 올해 제5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우나기(뱀장어)'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의 명감독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71)는 느닷없이'불량 예찬론'을 늘어놓았다.침체에 빠진 일본영화를 살리려면 과거의 타습을 전복시키려는 개성있는 젊은이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도쿄(東京)의 외신기자클럽에서 만난 노감독의 눈에는 수상의 기쁨보다 일본영화의 장래를 걱정하는 빛이 역력했다.

-83년'나라야마 이야기'이후 14년만에 또 이 상을 받았다.

“상을 받아 물론 기쁘다.하지만 오랜만에 찾은 칸에서 얻은 최대의 수확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그렇게도 긴 부재'를 찍은 앙리 콜피(프랑스.61년 수상자)감독을 만난 일이다.영화제 기간중 황금종려상을 받은 역대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여 술마시고 식사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유독 빈티나는 한사람만이 쭈뼛쭈뼛 주변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해 쳐다보니 바로 그였다.” -'우나기'의 소규모 제작비도 화제였다.

“어렵던 시절'복수는 나에게 있다'를 만들 때 들었던 돈이 1억5천만엔(약 10억5천만원)이었다.'우나기'에도 비슷한 돈이 들었다.이번 작품의 제작비가 얼마나 싼지 알 것이다.내게 눈물을 흘릴 정도의 감동을 준 콜피감독을 생각하며 더 좋은 영화를 만드는데 노력하겠다.”

-영화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난 처음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귀에 고리를 단 불량한 녀석들은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요즘엔 불량한 녀석들로부터 재미있는 발상이 많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일본영화는 불량한 녀석들이 적어 큰일났다.개성있는 녀석들을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그리고 가난에 대해 강해져야 한다.돈만 생각하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는 녀석들은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영화학교를 세웠나.“선배 한 사람이 50세가 되면 그때까지의 인생을 종합해 보고 후배들에게 전해줄 의무가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그 말을 듣고 50세때 영화학교를 설립했다.물론 이곳저곳에서 빚을 끌어들여 만든 학교다.난 당시 6년간이나 다큐멘터리에 몰두해 극영화를 찍지 않았다.학생이라 해야 고작 6명 있었는데 나더러 영화를 찍으라고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 30만엔을 가져왔다.녀석들에게 감동을 받고 빚을 얻어 찍은게 일본아카데미상.블루리본상등을 휩쓴'복수는 나에게 있다'(79년)란 작품이다.” -당신 영화의 기조를 설명한다면.“초등학교 6년동안 줄곧 불량기(?)있는 한 남자선생님으로부터 배웠다.야마시타(山下)라는 선생님이었는데 도쿄출신인 나같은 놈들에겐 늘'마지막으로 웃는 자는 시골놈들이야'라고 말했다.어릴 때부터 시골에 대한 콤플렉스를 느껴서인지 내 영화에도 시골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그러나 요즘엔 순수한 시골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깝다.” -앞으로의 계획은.“시골과 도회지의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시골의 여인과 도회지의 여인을 대비시킨 작품을 찍어보고 싶다.” 도쿄=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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