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인도다!] 2. 근로자들 바뀐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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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갈로르의 L&T 인포테크 부사장실. 얼마 전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은 인도인 매니저가 찾아와 "수면실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일을 빨리 끝내려면 새우잠이라도 잘 공간이 필요하다"고 독촉했다. 이 회사의 정해룡 부사장은 "엔지니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며 "인도인들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흔히 인도인들이 내세를 중시하기에 현실개선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 시키는 일만 한다고도 불만이다. 그러나 IT 업계에선 더 이상 이런 선입견이 통하지 않는다.

LG 소프트 인디아의 최항준 법인장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9년 전 소프트웨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시키는 것만 하는 하청업자 같았다"는 것. 하지만 이젠 고객이 필요한 조건을 얘기하면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주거나 아예 요구사항을 넘는 수준의 제품까지 척척 개발한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인도를 4일간 방문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인도가 깨어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콜센터만 해도 고객관리 같은 단순업무에서 조달.의료 등 다양한 분야로 진화할 것"이라고 그는 예견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R&D 중심기지'로 인도를 택한 것도 이런 변화를 감지해서다.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은 곧 방갈로르의 연구센터를 가동한다. 인텔은 2007년까지 2억달러를 더 들여 연구인력을 세배인 3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방갈로르=이장규 경제전문대기자.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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