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여왕 수산티, 재기노렸던 세계선수권서 참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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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동메달,영국오픈 4회 우승,93년 세계선수권 챔피언,40여차례의 메이저 타이틀…. 화려한 전적만큼이나 세계여자배드민턴계에 잘 알려진 톱플레이어 수시 수산티(26.인도네시아)가 이제 화려한 날개를 접고 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지난 2일 폐막된 97세계선수권은 한마디로 '그녀의 시대가 갔음'을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그녀는 중국의 차세대 스타 공지차오(20)에게 완패한뒤“앞으로 1년간만 더 뛰겠다”고 말했다.그럼에도 남편이자 92년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알란 부디 쿠수마(31)는“자라나는 후배에게 길을 터줘야 한다”며 “(아내의)선수생활은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92년 올림픽에서 인도네시아의 올림픽출전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내 인도네시아의 스포츠 영웅으로 대접받아왔다.그런 그녀도 지난해 애틀랜타올림픽 준결승에서 한국의 방수현에게 패한뒤 15분간 눈물을 흘려야 했다.그후“1년만 더”라며 이를 악물고 버틴 9개월의 세월.다시 나선 세계무대에서 그녀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나 그녀는 더이상'코트의 여우'가 아니었다.공지차오와 8강전을 펼쳤을 때 이미 그녀에겐 스매싱의 날카로움도,날렵함도 보이지 않았다.

여덟살때 부모의 권유로 라켓을 잡았던 수산티는 17세때 세차례나 주니어 세계챔피언에 오르며 셔틀콕의 천재성을 뽐내기 시작했다.

전성기를 코트 위에서 보낸 그녀도 지난 2월 1천여명의 하객 앞에서 면사포를 썼다.

그녀는“아이는 기다릴 수 있으나 만일 생긴다면 낳을 것”이라며 새색시 답게 수줍게 말했다.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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