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호나우두!…亞청소년축구 MVP 박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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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 박은선(18.위례정산고)의 점수를 매기라면 120점입니다. 성실성.기술.인화력 무엇 하나 빠질 게 없어요."

여자청소년(19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정상에 오른 지난 6일. 백종철(43.영진전문대)감독은 박은선을 앞에 두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혼자 여덟골을 터뜨려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의 영광도 안았지만 박은선은 "중국을 꺾은 게 가장 기쁘다"고 입을 뗐다.

"아테네 올림픽 예선 준결승에서 제가 마크하던 선수를 놓쳐 중국에 0-1로 졌거든요. 지난해 월드컵 본선에서 전패했을 때보다 더 속상했어요."

지난해 그가 고교생 스트라이커로 성인대표팀에 뽑혔을 때 장신(현재 1m80cm)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와 걸출한 기량에 여자축구계에선 '괴물이 나타났다'고 수군댔다.

아시아청소년선수권을 예고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 기사에 "지난해 성인선수권에서 일곱골을 넣은 스타"라고 소개됐을 정도다. 그렇지만 개인플레이에 치중해 팀워크를 깨뜨린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고, 급기야 올림픽 예선에서는 수비수로 '보직 전환'당했다.

"처음엔 속상했죠. 하지만 뒤에서 보니 시야가 넓어지더라고요. 센터포워드와 달리 밀착수비가 없어 공격 기회도 많고요."

그는 이번 대회에서 장신을 이용해 상대의 문전 볼을 처리하면서도 세트플레이 땐 공격에 적극 가담해 헤딩골을 뽑아냈다. 타고난 스트라이커의 재질에 수비수의 위력까지 갖춘 셈이다. 백 감독도 "전방위 멀티플레이어의 자질이 충분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표팀 내 김주희(한양여대).이장미(영진전문대)와 가장 친하다는 그는 창덕여중 2학년 때 "볼 차는 게 재밌어서" 축구를 시작했다. 아버지 박순권(49)씨는 이번 대회가 열린 중국 쑤저우에 원정응원을 올 정도로 적극적인 후원자다.

호나우두 같은 플레이어를 꿈꾸는 박은선은 "가능하면 해외 진출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월드컵이 끝난 뒤 미국 여자 프로클럽 두곳에서 테스트 제의가 있었다고 한다.

"여자축구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중국을 이겼으니 이제 세계 정상과 겨루고 싶습니다."

쑤저우=강혜란 기자

*** 박은선은…

▶1986년12월25일 생
▶키=1m80㎝, 몸무게=66㎏
▶창덕여중-위례정산고(3년)
▶대표경력 16경기10득점(2003년6월8일 아시아선수권 홍콩전 데뷔)
▶주요경력 2003년 아시아선수권(3위), 미국 여자월드컵(3패)
2004년 아테네올림픽예선(4위), 아시아청소년선수권(우승)

*** 바로잡습니다

일부지역 6월 8일자 S1면 '여자 호나우두' 기사의 박은선 선수 사진이 김진희 선수 사진으로 잘못 나갔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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