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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아차 317대 팔아 4연속 판매왕 오른 정송주 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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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한 해 동안 기아자동차를 317대나 팔아 4년 연속 판매왕에 오른 정송주(39·사진) 서울 망우지점 부장은 독특한 생각을 한다.

“한 달에 차를 한두 대 팔면 나는 먹고 살 수 있다. 하지만 회사가 살려면 10대 이상은 팔아야 한다. 회사가 망하면 나도 살 수 없으니까.”

정 부장은 주말·공휴일을 빼고 하루 한 대 이상(월 26.4대)을 판 셈이다. 그는 친인척 등에게 떠넘기는 연고 판매는 하지 않는다. 그는 “요즘 호황 업종이 어디인가를 먼저 공부한 뒤 그곳으로 달려가 새로운 자동차 고객을 찾아내는 것이 판매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정 부장은 현대차 판매왕(301대)보다도 16대가 많다. 이 같은 일은 기아차가 현대차에 인수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그는 경기도 화성공장에서 일했던 생산직 출신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화성공장에 취직해 차 용접 일을 했다. 그런데 98년 4월 기아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판매 부진으로 물량이 크게 줄었다. 일감이 없어 대신 교육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때 ‘자동차가 팔리지 않으면 내 미래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다음 해 5월 그는 영업직으로 전직을 신청했다. 6개월 동안은 한 대를 못 팔아도 생산직 때 받던 월급을 그대로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영업을 하면서 세 가지를 다짐했다. 연고 판매는 하지 않는다. 남보다 더 부지런히 발로 뛴다. 정직하게 고객을 대한다. 평범한 내용이었지만 초심을 잘 지킨 게 중요했다.”

처음 석 달간은 열심히 뛰었지만 겨우 한 대를 팔았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스스로 패인을 분석했다. 부족한 차량 지식을 보충했다. 매일 출근(7시30분) 이전 30분과 퇴근 이후 30분은 전단지를 돌렸다.

그는 고객에게 진드기처럼 달라붙으면 안 된다고 충고한다.

“전단지를 놓고 가면 고객이 들여다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로 말을 걸면 부담스러워 손사래를 치기 때문에 참고 기다려야 한다. 다음 날 찾아가 다른 전단지를 놓는 식으로 서너 번쯤 마주치면 그가 먼저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 온다. 이럴 때 계약이 쉽게 이뤄진다.”

지난해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300대를 넘게 팔 수 있었던 것은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 삼총사인 ‘로체 이노베이션·쏘울·포르테’ 덕분이라고 겸손해 했다. “차체·엔진은 현대차와 같지만 디자인과 연비가 더 좋다는 판촉 전략이 도움이 됐다. 상품성이 좋아지면서 고객을 만날 때 자신감도 더 생겼다.”

지난해 초 현대차 판매본부장 출신의 김충호 부사장이 지휘하면서 기아차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패배 의식에 젖어 있던 판매사원들에게 기를 살려줬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호통치기보다는 격려로 보듬은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정 부장의 영업신조는 ‘생각나면 즉시 행동에 옮겨라’다. “많은 영업사원이 밤에 생각을 하고 다음 날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 ‘호황 업종을 찾아 차를 팔라’는 교육을 받고 나는 즉각 인터넷을 검색해 업체를 찾고 방문했다. 생각과 실천은 같이 움직여야 한다.”

그는 1t 상용차를 판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경북 시골 마을에서 차를 산 사람이 잔금을 내지 않아 방치된 차를 싸게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 하지만 그 사람도 형편이 어려워 탁송비라도 아끼겠다고 했다. 이 소리를 듣고 그는 야간 열차표 두 장을 끊고 함께 갔다. 다음 날 함께 차를 몰고 서울로 왔다. 그때 그 고객이 고맙다며 사준 아침밥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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