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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나는 금강산 관광 현지 르포] '하지마 관광'서 '어서오세요' 변신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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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관광객들이 4일 현대아산 산행 안내원의 인도로 금강산 만물상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천선대에 오르고 있다. [금강산=정창현 기자]

▶ 다음달 1일 개장되는 금강산호텔에서 남북의 기술자와 노동자들이 함께 마무리 수리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달 금강산관광지구 노동 규정과 광고, 외화관리 규정을 제정하는 등 금강산특구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을 주관하는 현대아산도 다음달 1일 금강산호텔을 개장해 숙소를 늘리는 한편 새로운 먹거리.볼거리.놀거리를 마련해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진은 지난 1일 개통된 남측 비무장지대 포장도로를 처음 이용해 금강산을 방문, 관광 시작 5년7개월여 동안 달라진 현지 모습과 분위기를 취재했다. [편집자]

"안녕하십니까."

지난 1일 오후 11시40분. 북한 고성항에 있는 해금강호텔 앞을 지나던 북한군 초병이 먼저 인사를 했다. 만물상과 구룡연 등 관광코스에서 만난 북한 산림감시원들도 "힘들지 않으십니까"라며 반갑게 인사했다.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뒤 6년째,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북한 관계자들과 주민들이 남쪽 관광객에게 마음의 빗장을 연 것을 들 수 있다.

◇"여기가 제일 쌉니다"='금강산 지킴이'를 자처하는 현대아산의 남태정 안내조장은 "관광객들이 말을 걸어도 무뚝뚝하게 바라만 보던 북측 사람들이 먼저 아는 척을 한다"면서 "관광객과 많이 어울리다 보니 서로 거리감이 좁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쪽 관광객들이 오면 바깥출입을 자제했던 북한 주민들도 이제는 개의치 않고 일상생활을 거리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해금강호텔에서 온정각으로 이동하는 셔틀버스 창 밖으로 자전거를 타고 읍내로 나가는 주민들이나 무리를 지어 농사짓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북한이 2002년 7월 시행한 '경제관리개선조치'(7.1조치)의 영향이 최근 금강산특구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지난달 말부터는 만물상.구룡연으로 가는 산행 길목 곳곳에 맥주.물.사이다.오이.감자 등을 파는 간이 판매대가 등장했다. 북한 여성판매원들은 계곡물에 음료수를 담가 놓고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애썼다.

구룡폭포 입구에 자리잡은 판매원은 "여기가 제일 쌉니다. 내려올 때 꼭 여기서 사셔야 합니다"라며 목청을 높였고, 금강산 관련 민요를 부르며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관광객들이 노래를 청하자 북한의 대중가요를 부르기도 했다. 금강산에서 사용되는 미국 달러가 없는 관광객에게선 원화로 물건값을 받아 달러가 있는 관광객에게 남측 환율(1달러=1200원)로 바꾸기도 했다.

이들 판매원은 최근 설립된 대봉연합금강산총회사 소속 직원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현대아산 측에 임대료를 지불하고 금강원.모란각.단풍각 등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이달부터는 현대아산과 계약해 산행 해설강사(안내원) 30여명을 투입할 예정이며, 다음달 1일 문을 여는 금강산호텔도 현대아산으로부터 임대해 북한 봉사원 300여명을 투입해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특구 안에서는 감시를 위한 군인과 산림감시원을 빼고 극히 제한된 부문에서만 일하던 북한 주민들이 대거 특구 내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관광사업 여건 개선=금강산 관광은 초창기에 '하지 마라 관광'으로 불렸다. '침을 뱉지 마라''호텔을 벗어나지 마라''사진찍지 마라'는 등 각종 규제가 많아 관광객 사이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해금강호텔에서 금강빌리지까지 1km가량의 해변도로는 24시간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서울에서 온 최재원(38)씨는 "듣던 것보다 상당히 자유스러웠다"며 "볼거리와 편의시설이 확충된다면 다시 찾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관광객들이 수심이 얕고 조개가 많이 잡히는 장전항 해수욕장을 더욱 많이 찾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또 조만간 골프장도 만들어 골프와 온천을 묶는 테마관광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현대아산 측은 금강산 관광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가건물로 지어진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하루빨리 신축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나아가 특구 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동해선 육로를 통한 북측 물자의 남측 반입도 허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금강산관광특구 세부 규정을 발표해 위탁가공 투자 희망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실제 투자가 이뤄지기는 어렵다.

금강산=정창현.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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