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멀고도 먼 아리랑고개' 제작과정 현지언론 대서특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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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아리아리랑 아리랑고개에 내리는 비는 타치마치 미사키에서 흐르는 눈물….” 일본인 배우가 절규하듯 아리랑을 부른다.간간이'아이고 아이고…'곡을 하고'엄마,어머니'를 부르기도 한다.

KBS-1TV 특선 다큐멘터리의 첫 국내 제작작품인'멀고도 먼 아리랑고개'(제작 다큐서울.연출 정수웅.4일 밤11시40분)의 모티브는 일본 홋카이도의 항구도시 하코다테의 민속극단 고부시좌의'멀고도 먼 아리랑고개'라는 가무극이다.

치마.저고리를 입고 장구.꽹과리를 치며 공연하는 이 가무극은 일제시대에 하코다테의 유곽으로 끌려와 몸을 팔다 타치마치 미사키라는 절벽에서 투신자살한 조선인 소녀의 슬픈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주인공인 영순과 그의 동생,어머니로 분하는 배우들은“극중 인물의 괴로움,처절한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내 몸이 잘려나가는 것같다”“연기자로서 객관적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다”라며 눈물을 쏟는다.

고부시좌의 대표이자 작가인 구니다 쇼지는“이런 주제를 왜 다루느냐고 묻기보다 왜 이제까지 다루지 않았느냐고 물어야 되지 않는가”고 반문할 정도로 양심있는 지식인이다.

구니다와 제작진들은 공연을 계기로 당시 하코다테에 조선인 매춘부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 추적에 들어간다.

신문기사,재일교포 할머니의 증언등을 통해 당시 하코다테에 3백50~4백명의 조선인 매춘부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조선의 소녀들은 종군위안소 뿐만 아니라 일본의 사창가에까지 끌려갔던 것이다.또 실제로도 여러명이 타치마치 미사키에서 투신 자살했다.

한편 제작진은 규슈탄광에 끌려갔다 숨진 김용삼씨의 유골을 찾는 성과를 거뒀다.김씨의 유해는 50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유족에 의해 영산강에 뿌려졌다.

다큐의 제작및 김씨 유해 송환과정,공연등은 현지 언론인 홋카이도 신문에 연일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김현정 기자

<사진설명>

KBS가 다큐멘터리로 다룰 일본 민속극단 고부시좌의 가무극'멀고도 먼 아리랑고개'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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