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현대·기아차 근무형태 변경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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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주야 2교대(10+10)’로 주간 10시간(오전 8시~오후 5시+잔업 2시간), 야간 10시간(오후 9시~익일 오전 6시+잔업 2시간)씩 일했다. 공장을 최대한 가동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노동조합 입장에서도 심야·잔업 수당으로 통상 급여보다 50%나 더 받을 수 있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조는 야간근무로 근로자의 건강이 바빠진다며 주간 2교대를 요구해 왔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8월 현대·기아차 노조는 올해 안에 ‘주간 2교대(8+9)’로 근무 시스템을 바꾸기로 사측과 합의했다. 1조(6시30분~15시10분), 2조(15시10분~23시50분+잔업 1시간) 형태다. 점심시간도 60분이 아닌 40분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주간 2교대 제도를 하고 있다.

◆“당초 약속 어기면 파업”=노사 양측은 올해부터 현대차 전주공장(버스·트럭생산)에서 주간 2교대를 시범 실시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세계적 경기 침체로 차가 팔리지 않아 생산물량을 줄이는 바람에 주간 2교대 근무마저 하기 힘들어졌다. 회사는 이달 초 새로운 주간 2교대(8+8)를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잔업 1시간도 없어지고, 야근수당도 줄어들게 된다.

현대차 노진석 홍보담당 이사는 “전주 공장은 당장 주간 1교대((8시간)를 해야 할 정도로 일감이 부족하다”며 “현재 상황이 이어질 경우 나머지 공장도 1교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소형차를 뺀 대부분의 공장은 이미 정상조업이 힘들 정도다. 노조는 당초 합의사항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19일 울산공장에서 열리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쟁의 발생 결의안’을 상정했다. 결의안이 통과되면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가는 수순을 밟는다. 노조는 물러설 수 없다는 태세다.

전주 공장은 해결점 찾기가 더 복잡하다.

회사는 지난해 초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간 1교대에서 주야 2교대로 바꿨다. 당시만 해도 호황이라 생산물량이 부족해 주야 2교대가 필요하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불과 1년 만에 물량이 부족하다며 다시 1교대 안을 제시한 것은 명백한 경영 실패”라며 “지난해 합의한 주간 2교대만큼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환배치가 관건=주야 2교대에서 주간 2교대로 바꾸면 근무시간은 하루 3시간씩 준다. 현대차의 경우 월 생산량이 1만6000대 감소한다. 이에 따라 회사는 지난해 노조에 ‘생산성을 높여 주야 2교대만큼 생산량을 맞춰 주면 줄어들 수당을 보전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자동차 공장에서 생산성을 높일 관건은 전환배치다. 전환배치를 통해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높이면 근무시간이 줄어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차가 안 팔려 일손이 남는 조립라인의 작업자를 빼내 일감이 많은 다른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단체협상에선 전환배치가 가능하지만 노조의 반대로 그간 실행되지 않았다. 단체협상 43조(전환배치의 제한)에는 ‘회사는 전환배치와 근무지 이동 시 조합원의 의견을 듣고 조합과 합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요코하마국립대 조두섭(경영) 교수는 “근무시간이 줄었는데도 급여를 똑같이 지급한다면 모럴 해저드나 마찬가지”라며 “주간 2교대를 하더라도 반드시 생산성을 높이는 전환배치제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감산에 들어간 일본 도요타의 경우 지난달부터 노사 협의로 주 3∼4일 근무 또는 주간 1교대 근무로 탄력 생산하고 있다.

◆변동급 비중 낮춰야=현대·기아차의 생산직 급여는 기본급이 56%에 불과하다. 가족수당이나 식대·교통비 등 고정수당이 12%, 나머지 32%가 잔업·심야·특근(휴일근무)으로 받는 변동급이다. 이처럼 변동급이 높아진 것은 시간급제를 적용해서다. 이 회사는 매년 750%의 보너스를 기본급 기준으로 지급한다. 따라서 기본급 상승은 최대한 억제하고 각종 수당으로 실질급여를 높여온 관행이 쌓이면서 변동급 비중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노사는 주간 2교대를 합의하면서 복잡한 기존 급여체계 대신 월급제 전환에 합의했다. 이미 자동차 선진국은 모두 월급제다. 필요에 따라 잔업이나 특근을 할 때만 별도의 수당을 주고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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