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수장 교체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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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중(사진) 통일부 장관의 경질은 대북 정책에서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의전비서관과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역임했던 김 장관은 DJ의 햇볕정책을 곁에서 지켜봤었다. 그로선 보수 정부의 대북 정책을 따라가기가 정서상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연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통일부는 남북 대화 재개를 부각했지만 이명박(MB) 대통령은 통일부를 향해 “뭔가 주는 것으로 남북 관계를 풀려 해서는 안 된다” “대북 정책도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DJ 때 인사였던 김 장관은 지난 10년의 대북 정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현 정부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해야 했다. 지난해 DJ가 자리한 6·15 정상선언 관련 행사에 참석해 보수 인사들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다. 북한을 향해선 “북핵 문제가 진전돼야 개성공단 확대가 가능하다”며 현 정부의 입장을 부각시켰다가 남북 관계 악화의 빌미가 됐다.

통일부 장관 발탁이 유력한 고려대 현인택(정외과) 교수는 지난 대통령선거 때 MB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 좌장 역할을 했지만 정작 아무런 직책도 받지 못했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김태효(당시 성균관대 교수)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이정민 연세대 교수 등과 대북 정책 구상인 ‘비핵·개방·3000’을 MB에게 제안해 선거공약으로 활용했다. ‘비핵·개방·3000’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10년 뒤에 북한 주민 1인당 소득을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한다는 정책이었다.

현 교수의 발탁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1차적으로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통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럴 경우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북한을 지원하면서 해결 국면을 이끌어 낼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해진다.

이와 관련, 현 교수는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불능화를 이행하면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은 상태라도 북한과 30만 산업 인력 양성과 같은 협력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북한이 핵 불능화 기간을 거치는 기간 중이라도 경제·교육·재정·인프라·복지 등 5개 분야의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오바마 행정부와 함께 대북 유인책을 그가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발탁의 주요인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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