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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차차! 역도판 ‘우생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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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핸드볼 등과 함께 비인기 종목의 대명사로 불리던 역도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장미란(26·고양시청), 사재혁(24·강원도청) 등 간판 선수들의 투혼으로 국민에게 친근감을 준 역도가 이제 영화의 소재가 돼 팬들 앞으로 다가간다.

역도 영화 ‘킹콩을 들다’의 크랭크 인을 앞두고 배우 조안(右)이 염동철 전 역도 대표팀 감독의 지도로 바벨 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김민규 기자]


16일 서울 오륜동 한국체대 역도장. 역기를 내려놓는 금속음과 기합 소리가 뒤섞인 가운데 젊은 여성들이 쉴 새 없이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다. 눈에 쏙 들어오는 곱상한 외모, 어딘가 어색한 동작은 주변의 분위기와 동떨어진 느낌이지만 표정만큼은 진지하다. 조만간 크랭크인하는 역도 영화 ‘킹콩을 들다’의 출연진이 훈련하는 모습이다. 배우 조안(27)을 비롯해 다섯 명의 배우들은 한 달 전부터 주 5일간 염동철 전 여자 역도대표팀 감독의 지도 아래 맹훈련을 해왔다. 역도와의 인연이라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때 TV로 본 게 전부인 이들은 지난 한 달간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면서 역도 매니어가 다 됐다.

신인배우 최문경(23)은 “역도 선수들의 고독을 알 것 같다. 매일 차가운 금속 바벨과 씨름하는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없다면 참기 힘들 것 같다”고 나름대로 평했다. 이렇게 고독한 운동이지만 배우들은 선수들이 왜 바벨을 놓을 수 없는지 알게 됐다.

영화 출연을 위해 10㎏을 불렸다는 전보미(22)는 “첫날 훈련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훈련만 했는데도 여러 번 토할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벨의 중량이 1㎏씩 늘어 갈 때의 쾌감은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고 말했다.

주인공 ‘영자’ 역을 맡은 조안은 “얼마 전 경기복(일명 쫄쫄이)을 입어 봤다. 좀 어색했지만 확실히 바벨을 드는 동작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허리 벨트와 손목 붕대를 감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제법 아는 체를 했다. ‘제2의 우생순’으로 기대를 모으는 ‘킹콩을 들다’는 2000년 전국체전에 참가한 전북 순창여고 역도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당시 대회 직전 뇌졸중으로 세상을 뜬 고 정인영 감독의 역도 열정과 선수 발굴 스토리를 그린 영화다. 올 6, 7월께 개봉 예정이다.

장미란의 스승이기도 한 염동철 감독은 “역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을 시키고 있다” 며 “장미란의 올림픽 금메달 이후 역도에 관심을 갖는 분이 많아져 기쁘다”고 말했다.

장치혁 기자 ,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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