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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대륙 경제, 다시 덩샤오핑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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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국개혁 30년
장웨이잉 외 9인 지음, 이영란 옮김
산해, 376쪽, 2만원

 중국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든 지 30년. 휘황찬란한 발전이었다. 세계 3위 경제대국이 ‘성적표’다. 그러나 개혁개방 30년만에 최대 경제위기에 직면했다는 게 중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세계 금융위기만을 탓할 수도 없다. 경제 성장동력은 그 이전부터 쇠잔했기 때문이다. 중국경제는 어떤 문제에 직면했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 책은 중국의 시각에서 그 해답을 모색했다. 장웨이잉(張維迎)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원장을 비롯해 우징롄(吳敬璉) 국무원발전연구센터 연구원·린이푸(林毅夫) 세계은행 부총재·판강(樊綱) 중국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 10명의 경제 인식이 담겨있다.

이들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제시한 해법은 ‘개혁에서 성장동력을 찾아라’는 것이다. 정부 개입 축소, 규제 혁파, 도시와 농촌의 이원구조 철폐 등이 제시됐다. 지금 중국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 역할을 중시하는 ‘케인스주의’가 아니라 개혁·개방을 강조하는 ‘덩샤오핑이론’이라는 지적이다.

우징롄 연구원은 중국 경제위기의 원인을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나친 투자는 만성적인 공급과잉을 낳았고, 과소 소비는 내수시장을 위축시켰다는 해석이다. 과도한 수출은 국제수지의 균형을 깨 부동산·증시의 거품을 조성했다. 그는 “투자·수출에 의존한 기존 성장모델을 내수중심 성장 체제로 바꾸지 않은 한 중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은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정부 관료조직’에 집중 포격을 가했다. 장웨이잉 원장은 “정부가 자원배분의 권력을 독점하고 있기 온갖 부패가 벌어진다”며 “정부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다”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관료조직의 혁신을 역설하고, 당(공산당)과 행정의 분리를 강조하면서도 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 민주화는 언급하지 못했다. 오늘을 사는 중국 지식인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 책 저자들은 학계에서 신(新)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인물로 분류된다. 이들에 맞서 개혁정책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좌파 관료·학자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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