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송파구청 일용직 조경반장 도덕현씨 - 도심꽃밭 가꾸는 가위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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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요즘 서울 거리를 걷다보면 곳곳에서 도시의 삭막함을 덜어주는 팬지.함박꽃.금랑화등 꽃들의 화사한 손짓에 이끌리곤 한다.

30여년간 나무와 꽃으로 회색빛 서울을 가꾸는데 바쳐온 도덕현(都悳顯.68.서울성북구정릉1등)씨 같은 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충남서천이 고향인 都씨가 조경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한국전쟁직후 27세의 늦깎이로 장항농고 졸업과 동시에 당시 부여사방관리소에 입사하면서부터.농사꾼인 부모밑에서나 학교에서 배운 것도'심고 가꾸는 것'이지만 취직이 어려운 시절이라 직업삼아 시작한 것이 그만 평생을 바치게 됐다.

부여와 서천관리소에서 11년을 보낸뒤 남산조경관리소 일용직으로 都씨가 옮겨온 것이 38세 되던 67년도.한창 서울이 개발돼 논밭이 도로로 바뀌고 허허벌판에 나무가 심어지던 때다.

남산관리소에서 5년을 근무하며 남산 순환도로 길가에 현사시나무와 수양버들.버즘나무등을 심기 시작한 이래 어린이대공원.강동구청.송파구청에서 비록 일용직이지만 조경반장으로 근무하며 서울시 곳곳에 꽃과 나무를 심어왔다.

“비록 일당을 받고 일하며 정식공무원도 아니지만 내 감독아래 나무와 꽃들이 조화롭게 심어지고 시민에게 쉴 공간을 마련해준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70~80년대 한창 개발때 심었던 현사시나무.버드나무등이 베어지고 대신 은행나무.느티나무등으로 바꿔심느라 바쁘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는 都씨는“꽃과 나무는 사람에 못지않게 환경에 예민해 여러가지를 고려해 심고 가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위례성길과 올림픽도로변 단장에 바쁜 都씨는“82년 당시 제 감독아래 잠실1단지 도로에 심었던 12㎝ 굵기의 가로수가 벌써 내팔로 안지 못할 만큼 자랐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쓰러질 때까지 서울을 가꾸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사진설명>

조경인생 30여년째인 도덕현씨가 교통회관 앞길 화단을 손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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