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애 안낳고 살면 행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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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결혼은 예스,아이는 노'를 외치는 신세대 부부들이 늘고 있다.자녀없는 맞벌이부부'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뿐만이 아니다.남자 혼자 벌면서도 아이를 낳지 않는'싱크족(Single Income No Kids)'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엔 산고를 겪어야 하는 여자들이 아이낳기를 거부했다면 요즘은'애없이 살자'고 주장하는 남편들도 하나 둘씩 늘고 있는게 달라진 점이다.가문의 대를 잇는다는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일대 반란이다.

결혼 4년째'싱크(SINK)족'을 자처하는 남자동료 K가 있다.“사지 멀쩡한데 왜 애를 못 만드느냐”는 짓궂은 질문들이 쏟아질 때마다 K는“누구나 다 애를 낳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며 꿋꿋이 맞선다.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한마디로 애를 낳고 키우는 불편함을 감수하기 싫다는 것이다.

잠 못자고,집안꼴은 엉망이 되고,나들이도 맘대로 못하는'비참한'생활로 선뜻 뛰어들 용기가 나지 않는단다.

개개인의'삶의 질'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서구식 개인주의가 확인되는 대목이다.

애 키우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경제적 요인도 한몫한다.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한 탓에 부모가 양육비 부담을 전적으로 떠맡는 우리 사회는'에인절(Angel)계수'(가계지출에서 육아비가 차지하는 비율)가 유달리 높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출산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가임여성 1명당 출산율이 1.75명으로 이미 선진국 수준에 달했다.

출산율이 떨어지니 자연히 유년인구가 줄어든다.노년층은 계속 증가하는데 15세미만 인구는 지난 10년새 20%이상 줄었다.

결국 아이낳기를 주저하는 풍조가 우리 사회를 고령화로 치닫게 하는 요인이 된다.

사회 전체의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부양인구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사회문제 못지 않게 안타까운 것은 인생에서 부모가 되는 소중한 경험을 놓치고 마는 개개인이다.

“계집애는 수다스럽고 시끄럽게 노래를 부른다.사내애는 사방을 뛰며 물건을 집어던진다.그러나 당신은 틀림없이 행복해진다.왜냐하면 아빠가 된다는건 말로 다 표현 못할 무한한 기쁨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신간'새내기 아빠의 프로육아법'의 저자 피에르 아틸로귀스의 유혹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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