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독서 기피, 아이를 탓하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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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 임정옥 19기 주부통신원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한지도 1년이 넘었다. 한 달에 2번. 책읽기를 즐기는 편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가곤 한다. 아이들은 점심시간이면 밥을 부리나케 먹고 도서관으로 달려온다.

처음엔 아이들의 독서열(?)에 감동받을 뻔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학생들은 자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책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일제히 컴퓨터 앞으로 몰려든다. 뒤늦게 온 아이들은 친구들을 몇 겹씩 에워싼다. 최신 유행하는 게임을 하거나 하다못해 구경이라도 하기 위해서다. 집집마다 부모들과 숨바꼭질 감시전쟁을 치룬 아이들이 점심시간을 게임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사서선생님은 "너희들 게임하면 마이너스 1 점인 것 알지? 이름 적는다"를 연발하시만 선생님의 큰 목소리가 협박성인 것을 아이들은 다 알고 있는 눈치다. 도서관에 올 때마다 이런 모습을 보게 되니 학부모로써 마음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니다.

미국에서 살다 온 친구에게서 미국 엄마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도서관을 찾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동화를 들려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또 초등학교 고학년이 저학년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통해 독서에 취미를 갖게 해준다고 한다. 학생들을 쳐다보고 있으니 아이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는 한국의 엄마들이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이 퍼득 들었다. 또한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가도록 등을 떼밀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지 않는다고 탓하는 것은 어른들의 욕심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늘 엄마 도서관 봉사야. 도서관 와서 책 읽을 거지?"

"네" 철썩같이 약속한 아들녀석은 점심시간이 다 가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동상이몽! 우리는 언제쯤 같은 꿈을 꿀 수 있을까.

임정옥 19기 주부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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