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일자리 없는 가장들 대책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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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청와대 지하벙커의 워룸(비상경제상황실)은 아침부터 바쁘게 돌아갔다.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2차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오전 7시30분에 시작됐다. 회의엔 노대래 기획재정부 차관보 등 14개 정부 부처 상황실장이 배석했다. 정규 멤버가 아닌 이들에게 회의를 참관시킨 것은 일선에서 직접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과 경제위기에 대한 긴장감을 공유하려는 뜻으로 풀이됐다.

회의에선 대통령도 내각도 시종일관 ‘일자리’에 매달렸다. 지난해 12월 일자리가 1년 전보다 1만2000개 줄었다는 전날 통계청 발표의 쇼크는 컸다. 이 대통령은 “청년 실업 대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일자리가 없는 가장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또 “각 부처가 예산을 조기에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협의해 전국적으로 일용직 일자리 확충과 함께 소형 임대아파트 공급 등 주거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회의에선 임금을 안정시켜 고용을 늘리는 ‘잡 셰어링(job sharing·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 대통령이 깊은 관심을 나타내자 참석자들이 나름의 해법을 내놨다. 김기환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고용 증대를 위해 대졸 초임을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공기업에서 먼저 선도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냈고, 이 대통령은 “한 번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주요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업계 대졸 초임을 비교해 볼 때 미국이 61%, 일본이 135%, 한국이 207%로 한국이 가장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국민경제자문위원 가운데는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참석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참석자는 상황에 따라서 바뀐다”며 “최 전 장관은 일자리 아이디어가 많은 분이라서 모셨다”고 말했다. 최 전 장관은 이날 정부의 일자리 대책 발표가 통일된 기준이 없어 혼선을 준다고 지적했다. 또 “어려운 때일수록 미래에 대한 투자를 발굴해야 한다”며 “에너지 절약, 교육시설 재투자, 교통 자동화 시스템, 국토지리정보 전산화 등에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자”고 말했다.

또 다른 논의의 핵심은 예산 조기집행 대책이었다. 얼어붙은 소비와 투자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 재정지출을 16조원이나 늘리기로 했는데 막상 현장으로 돈이 집행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여러 부처가 연관된 정부 사업은 통합관리를 하기로 했다. 정부 부처 간에 서로 미루고 떠넘기다 집행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일례로 4대 강 정비사업엔 국토해양부·환경부·방재청·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가 협의체를 구성해 함께 추진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예산 집행 상황을 챙기기 위해 매월 두 차례 이상 특별점검단회의를 열기로 했다. 정부는 1월 1일자로 1분기 예산인 108조8000억원(예산의 43.9%)의 배정을 마쳤다. 13일 현재 집행된 예산·기금·공기업의 주요 사업비는 9조9000억원, 연간 진도율은 3.8%로 지난해 동기(0.6%)의 여섯 배에 달한다.  

이상렬·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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