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 처리 1위 … 지경위는 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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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균(민주당·광주북을) 의원=“서민 생활과 직결된 석유 가격 현실화 등에 더 많은 관심을 촉구드린다. 제 분석에 따르면 LPG 가격을 L당 100원은 더 내릴 수 있다 ”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LPG 국제가격이 하향 추세라 더 반영될 걸로 본다. 자료를 주시면 전달하겠다.”

▶김태환(한나라당·구미을) 의원=“조선소 구조조정으로 퇴출될 인력들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중소형 조선소 근무인원이 2만 명 정도인 것으로 아는데 거제도 등 남해안 지역에 집중돼 있어 대량 실직에 따른 지역 경제 피해도 크다.”

▶이 장관=“타 조선업체에 취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생각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의 14일 회의록 중 일부분이다. 진흙 속에서도 연꽃은 핀다. 16개 상임위 중에서 지경위는 이날 유일하게 회의를 열었다. 하루 전 본회의에서 묵혔던 법안들이 통과돼 국회가 임시 휴업 상태지만 지경위는 달랐다. 폭력 국회로 입법부 전체가 욕을 먹는 상황에서도 현장 경제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할 일은 하자는 공감대가 의원들을 모이게 했다고 한다.

파행 국회가 정상화된 뒤 열린 8일 본회의에선 56건의 법안이 처리됐다. 이 중 19건이 지경위 소관이었다. 중소기업 회생, 벤처 창업 지원 등 민생 경제 법안들이었다. 18대 국회에서 지경위가 처리한 법안은 67건. 민주당의 거부로 상임위 활동이 올스톱 된 지난해 12월 22일에도 지경위는 여야 간사 협의로 전체회의를 열었다. 모범 상임위란 소리를 듣는 이유다.

나름의 비결이 있다. 상임위를 이끄는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의 팀워크가 우선 탄탄하다. 정장선(평택을)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때인 17대 국회 때도 좌우 어느 쪽으로 쏠리지 않는 소신을 펴 ‘여당 속 야당 의원’이란 평을 들었다. 한나라당 간사인 김기현(울산남을), 민주당 간사인 최철국(김해을) 의원도 정책 활동에 주력하는 스타일이다. 공교롭게도 세 의원 모두 안수 집사 출신의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간사인 김 의원과 최 의원은 17대 국회 때도 4년간 산업자원위(지식경제위의 전신)에서 함께 활동한 데다 서울대 법대 선후배다. 세 사람은 이런 교분을 바탕으로 사전 협의를 충분히 하고 타협안을 만들며 상임위를 이끈다.

그러다 보니 위원회에서 큰소리가 나는 일도 거의 없다. 지경위에도 민주당이 ‘MB악법’이라고 분류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하지만 소위에서 시간을 두고 처리키로 이미 묵시적 합의가 돼 있다.

◆쌍용차 살리기에 매달린 위원장=정장선 위원장은 평택 토박이다. 그래서 요즘 지역구에 있는 쌍용차 살리기에 전력하고 있다. 매일 중국의 쌍용차 임원들과 통화를 할 정도다. 그가 타는 차도 쌍용차에서 만든 체어맨이다. 그는 한 달 전부터 사람들과 인사할 때 명함 크기의 체어맨 설명서를 돌리고 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대기업은 어떻게 돼도 살려 주겠지 하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대주주들은 회생 기반 마련에, 노조는 구조조정에 각각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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