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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司正, 이용도 비난도 말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보정국이 끝물이라서 이제는 조용해지려나 했는데 느닷없이 사정(司正)정국시비가 일고 있다.당국자가 광역단체장을 포함해 1백여명의 공직자를 내사한다고 밝히자 야당은 국면전환용 표적사정이라고 반발하며 거두려 했던 대선자금공세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국민들로선 당연한 사정(司正)작업을 놓고 왜 정치적 시비가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가급적 양비론(兩非論)을 피하지만 이번 경우는 정말 여야가 똑같이 잘못하고 있는 것같다.잘못의 선후(先後)를 보자면 이를 꺼낸 쪽에 더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이미 한보사태와 임기말이 겹쳐 국정(國政)이 중심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점을 누차 걱정하고 경고했다.나라는 어지러운데 공직자들은 임기말과 리더십의 공백을 틈타 일 안하기,눈치보기,줄서기,뇌물받기에 열중하고,지방단체장들은 선거 1년여를 앞두고 마음은 벌써 콩밭에 가 있어 귀중한 세금을 제돈 쓰듯 선심행정에만 낭비한다는 지적들이 꾸준히 제기됐다.그런 점에서 사정당국의 활동은 정치가 어디로 가든 독자적으로 임기 마지막 날까지 칼날 같아야 한다.이번의 사정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며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그 방식에 문제가 있다.사정(司正)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고도 비리는 검찰이나 감사원 등 사정기관에 의해 꾸준히 일상적으로 조사.처리돼야 한다.이 문제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아직 수사착수도 안된 내용을 1백명을 내사하고 야권 광역단체장 몇명이 혐의가 있다는 등 미리 떠들 사안이 아니다.그러니까 야당으로부터 국면전환용 표적사정이라고 비난받는 것 아닌가. 야당 역시 문제다.청와대로부터 전화와 화분을 받고는 어제까지만 해도 한보 마무리를 해주겠다느니 마치 민심을 주머니에 넣고 있는듯이 행동하다가 야당단체장이 걸려들었다니까 표변해 퇴진운동을 벌인다니 이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야당이 걸리면 비리도 덮고 가란 말인가.앞으로 정치권은 제발 사정을 이용도,비난도 말고 조용히 지켜보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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