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방망이 오래 쓰려고 쇠뼈 발라 굽던 시절도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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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그때를 아십니까'-. 개인방망이는 꿈도 못꾸고,나무방망이 한자루를 신주단지 모시듯 했던 시절.야구원로들은 요즘 프로야구의 방망이 시비에'없이 살았지만'그때가 좋았다고 회상한다.

70년대 초반까지도 야구선수들은 궁색했다.

부러진 방망이에 못을 박아 사용하고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방망이가 너무 길면 톱으로 잘라 사용했다.방망이의 밸런스를 따지는 것은 사치였다.70년대 중반 알루미늄 방망이가 국내에 소개됐지만 일부선수들은 못이 박혀있어도 나무방망이를 고집하기도 했다.

한일은행 소속이던 한화 유승안 코치는 몇개 안되는 나무방망이를 자주 부러뜨린다는 이유로 당시 김응룡 한일은행감독이 강권으로 알루미늄 방망이를 사용하게 했다.

또 방망이가 귀한 만큼 오래 사용하기 위한 노하우가 전수되기도 했다.

니스칠도 안된 방망이는 사용하다 보면 말라비틀어지며 결이 일어나기 십상. 선수들은 정육점에서 쇠뼈를 구해 정성들여 방망이에 문지른뒤 조심스럽게 방망이를 연탄불로 구웠다.

방망이 나무틈새의 미세한 틈으로 쇠뼈에 묻어있던 쇠기름이 잘 흡수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방망이는 구수한 냄새와 함께 노랗게 구워지고 갈라지는 일도 없게 된다고 믿었다.이는 강한 압력을 이용해 나무틈새로 합성수지를 밀어넣는 압축방망이와 방법이 흡사,이른바 없던 시절의'한국식 압축방망이'였다.더욱 우스운 사실은 이 방법이 방망이의 탄력을 높이는 비법으로 프로야구까지 전수된 것. 프로야구 초창기의 몇몇 선수들은 멀쩡한 방망이의 니스칠을 벗기고 열심히 쇠뼈로 방망이를 문지르고 연탄불에 굽는 정성을 들이기도 했다.이제는 못을 박은 방망이도 부정 방망이고 쇠뼈로 문질러 연탄불에 구운 방망이도 불법이다.

또 값비싼 외제방망이를 스스럼없이 주고받는가 하면 조사를 위해 자르기도 한다.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청주=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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