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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티켓다방 당국이 나설 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가출한 10대 소녀들이 티켓다방을 전전하다 결국 섬으로 팔려가는 과정을 심층추적한'섬으로 간 소녀들'시리즈가 지난 19일부터 중앙일보에 보도되자 본지 편집국엔 독자의 성원과 제보가 잇따랐다.

“고1인 딸 아이가 지난해 가출한뒤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같이 가출했다 돌아온 아이가 경상도 어딘가 다방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라 하더군요.내딸도 섬에 끌려간 것은 아닐까요.” 한 가출 소녀의 아버지는“아직 어린애들인데 하루 15시간씩 일을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윤락행위를 강요하는 다방 업주는 왜 그냥 놔두느냐.경찰과 관할 관청은 도대체 뭘 하고 월급을 받는지 모르겠다”며 당국의 무관심을 질타하기도 했다.

추자도에 산다는 한 50대 남자는 “티켓다방 업주들은 선주들과 짜고 조기잡이 배를 탄 외지 총각들을 유혹,수백만원대의 빚을 지게 만들어 자살하는 선원도 있었다.그냥 지나쳐 버릴수 있는 것을 잘 파헤쳤다”고 고맙다는 뜻을 전해왔다.

10여년전 미국으로 이주했다가 최근 귀국한 40대 주부는“21세기를 앞둔 한국에서 아직도 이같은 후진적 인신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니 부끄럽다”며 직업소개소 업자와 다방 업주에 대한 엄벌을 부탁하기도 했다.

경북영주의 티켓다방에서 탈출해 직업소개업자에게 쫓기던 한 소녀는 본지 보도를 보고 협박 내용이 녹음된 호출기 번호를 알려주며 도움을 청해왔다.호출기 음성사서함에는“이 ××아,니 도망가봐야 별수 없다.경찰도 우리편인데 기소중지 걸면 끝인 것 알제.애들 풀면 하루 일당 20만원 모두가 니 빚이다.빨리 다방으로 돌아와라”는 협박 내용이 담겨있었다.

농촌에서는 티켓다방 때문에 논밭까지 날린 총각들의 사연도 있었다.

이번 시리즈가 보도된 뒤 경찰은 뒤늦게 섬 소녀들에 대한 신원 파악과 단속에 나섰다.행정쇄신위원회에서도 직업소개소에 대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그러나 가출소녀 문제가 단순히 법률 개정이나 단속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어른들 모두가 가출한 소녀들의 오빠.아버지 심경으로 돌아가야만 진적인 인신매매는 더이상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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