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터키 상대로 사상 첫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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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오랜만에 달콤한 승리를 만끽했다. 그것도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7위의 강호 터키를 상대로 오랜 골가뭄까지 해소한 값진 승리였다.

한국이 5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터키와의 친선평가전 2차전에서 전반 터키의 하칸 슈퀴르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유상철과 김은중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2-1로 역전승했다. 터키를 상대로 사상 첫 승리를 따낸 한국은 역대전적에서 1승1무4패를 기록하게 됐다.

▶ 5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축구대표팀과 터어키대표팀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김은중이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터키의 하칸에게 내준 전반 선제골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전반 내내 터키의 공세를 철저한 압박수비로 막아내며 오히려 좋은 기회를 많이 잡았던 한국. 그러나 잠깐의 방심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전반 43분 한국 진영 오른쪽에서 코너킥을 얻은 터키는 한국 수비진이 수비진용을 갖추기 전에 짧은 패스로 코너킥을 처리했다. 공을 이어받은 터키 니하트는 재빨리 크로스를 올렸고 골문 앞에 있던 하칸이 넘어지면서 헤딩슛, 한국 골네트를 흔들었다.

2년 전 한·일 월드컵 3-4위전에서 경기시작 12초만의 선제골로 월드컵 본선사상 최단시간 골 기록을 세웠던 하칸은 지난 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전반 21분 선제결승골을 터뜨렸고, 이날까지 한국전에서만 내리 3차례 선제골을 터뜨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후반 안정환·최성국·최진철을 투입하며 반전에 나섰다. 하지만 교체선수들이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터키가 먼저 공세를 펼쳤다. 후반 16분 터키 툰가이가 한국진영 아크 정면에서 벼락같은 중거리포를 날린 순간, 골키퍼 김영광이 펀칭으로 걷어냈다. 하지만 멀리가지 못한 공을 잡은 터키의 일디라이가 또다시 강슛을 날렸다. 이번에도 김영광이 선방했다.

위기를 넘기자 기회가 왔다. 후반 21분 터키 진영 페널티 지역에서 혼전 중에 공이 멈춘 순간 김동진이 공을 치고 들어갔다. 그 순간 당황한 터키 수비수 파티가 김동진의 발을 걸었다.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키커로 나선 주장 유상철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켜 동점을 만들었다.

▶ 5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축구대표팀과 터어키대표팀의 평가전에서 터어키 수비수 톨가 세얀(앞 2번)이 한국 김두현에 앞서 공을 걷어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추가골까지 만들어냈다. 후반 30분 최성국이 터키 진영 오른쪽에서 코너킥을 올렸다. 공중볼을 따낸 것은 조병국. 조병국은 터키 수비수보다 한뼘 높이 뛰어올라 헤딩슛을 날렸다. 터키 골키퍼 볼칸은 넘어지면서 공을 쳐냈고, 공은 수비수를 맞고 반대쪽으로 튕겼다. 순간 김은중이 오른발을 뻗었고, 공은 터키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 갔다.

이날 경기로 400번째 A매치를 맞은 터키는 동점을 만들기 위해 총반격에 나섰으나, 후반 45분 니야지의 슈팅이 골포스트에 맞고 나온데다, 한국 골키퍼 김영광의 눈부신 선방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터키를 꺾은 대표팀은 9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독일 월드컵 2차예선 베트남전을 치른다.

대구=장혜수 기자

◇국가대표평가전 전적(5일)

한국 2-1 터키
득 유상철(후21·PK)김은중(후30·이상 한국) 하칸(전43·助니하트·터키)

양팀 감독의 말

▲박성화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대행

= 그동안 대표팀이 너무 침체돼 있었는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게 됐다. 오는 9일 베트남전을 앞두고 기회는 오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선수들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고 주전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기용한 올림픽 대표 선수들도 잘 해줬다. 베트남전에도 올림픽대표 선수들의 기용을 검토할 생각이다. 또 올림픽대표 선수들을 적절히 기용함으로써 앞으로 대표팀의 세대교체를 대비해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월드컵 이후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 침체됐던 대표팀에 상당한 자극이 됐다. 기술과 전술적인 부분은 늘 지적받는 것이지만 대표팀에서 당장 해결하기는 힘들고 유소년 때부터 착실히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에르순 야날 터키 감독

= 터키 리그가 끝난 지 얼마되지 않아 선수들이 많이 피곤했고 절반 이상 외국에서 뛰는 선수들이라 손발이 잘 맞지 않았다. 그러나 친선경기라고 봐주는 것은 없었고 많은 선수들을 테스트해보고 싶어 후반에는 대거 주전들을 교체했다. 오늘 한국대표팀은 정말 이기고 싶다는 희망이 강한 것처럼 보였다. 한국은 힘도 있고 기술도 좋았지만 다만 창조적인 선수는 눈에 띄지 않았다.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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