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 감원 대신 일자리 나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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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일본 남부 히로시마(廣島)현 후추(府中)초 마쓰다자동차 본사 공장. 이달부터 야간 근무가 없어지면서 밤새 가동이 중단됐던 자동차 생산 라인이 아침을 맞아 어김없이 다시 힘차게 돌아갔다. 이곳에서 100㎞가량 떨어진 야마구치(山口) 공장에서도 야근이 없어져 재충전 시간이 늘어난 근로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건강한 표정으로 출근했다.

일본 기업들이 일자리를 나눠 갖는 ‘워크 셰어링’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일본 5위 자동차 회사인 마쓰다는 이달 초 파견 근로자 1500명을 해고했지만 자동차 판매 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생산 규모와 인력을 추가로 조정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마쓰다는 감원 대신 일자리 나누기를 선택했다. 주야 2교대 근무 체제에서 야간 근무를 중단해 정사원 1만 명의 근무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그 대신 기본 급여 20%가량과 시간외 근무수당·휴일수당 등 임금은 줄어든다. 마쓰다는 2월 이후에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워크 셰어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도요타는 2~3월 중 11일에 걸쳐 자국 내 12개 공장의 조업을 중단키로 했다. 이 가운데 공식 휴무로 정한 이틀분의 임금을 20% 깎기로 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대상자는 기간제 종업원을 포함해 약 3만5000명이다. 도요타가 공식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워크 셰어링을 도입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노조도 어떻게 해서든 일자리를 지키면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적극 협조하고 있다. 부장급 직원 2200명은 3월 말까지 신차 구입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트럭·버스를 만드는 이스즈는 노동시간을 줄여 정규직의 급여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계 4위 스즈키는 다음달 5개 공장의 가동을 3~8일간 중단해 일감을 나눌 방침이다.

앞서 13일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51A8>士夫) 일본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은 “고용 문제가 워크 셰어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개별 기업의 사정에 따라 시행하면 될 것”이라며 워크 셰어링의 도입을 촉구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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