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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줄일 판인데 신규 채용은 무슨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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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천 송도에 위치한 생명공학 기업 셀트리온은 올해 매출을 지난해에 비해 70% 정도 늘어난 14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와 프랑스 사노피-아벤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에 단백질 치료제를 공급하고 있어 시장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회사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에는 35명을 뽑아 현재 340여 명이 일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올해 채용을 동결하거나 최소한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 회사 김형기 부사장은 “매출과 이익이 모두 성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경기를 예상할 수 없어 자연 감소 인력에 대한 충원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잘나가는 중소기업 사정이 이런 판에 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은 채용을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장 상황에서 섣불리 사람을 뽑았다가 훗날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인은 “현재 감원을 고민 중인 판에 신규인력 채용은 언감생심”이라며 “올해 채용을 계획하는 중소기업은 극소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HSBC가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10개 국가의 3000여 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채용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국내 중소기업은 8%에 불과했다.

외국인 고용시장도 급속히 얼어붙는 중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박효욱 상무(중소기업 인력고용 노동총괄)는 “외국인 연수생을 유치하려는 중소기업의 문의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최소임금제 때문에 채용을 주저하는 중소기업이 많은 만큼 이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 공격적으로 사람을 뽑는 중소기업도 있다. 경기도 양주의 동파이프 생산업체인 능원금속공업은 지금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적기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10명을 채용한 데 이어 앞으로 10명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이 회사 이광원 대표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임금수준이 낮아 역량 있는 인재 확보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다른 기업이 채용 규모를 줄일 때 우수 인재 채용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당초 계획보다 채용 인원을 늘렸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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