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불법 약장사 - 유해약품.마약류까지 규제없이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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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워싱턴=김수길 특파원]인터넷을 통한 약품류 광고.판매가 새로운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다.음란물이나 사이비종교.폭약제조방법등만이 인터넷을 통해 쉽게 퍼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건강이나 인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식품.약품,심지어 마약류까지 웹사이트에 아무런 규제없이 올라 누구든 신용카드 번호만 입력하면 국제 우편으로 배달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을 우려,세계보건기구(WHO)는 올 9월 각국의 관련기구.제약회사.사법당국.마케팅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별 뾰족한 수가 찾아질지는 의문이다.

인터넷상의 약품류 규제가 거의 불가능한 것은 일일이 찾아내 유해 여부를 가려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나라별로 규제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암 치료제로 쓰이는 스테로이드 같은 약품이 미국에선 의사의 처방이 없으면 판매.구매가 모두 불법이지만 그리스에선 누구든 거리의 약국에서 마음대로 살 수 있다.따라서 그리스의 한 제약사가 스테로이드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한다고 할 때 이를 어떻게 규제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최근 미국 시애틀의 한 제약회사는 새로 개발한 전립선 암 치료제를 인터넷을 통해 팔다가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경고를 받고 웹사이트를 없앴다.심지어'만병통치약'이라고 선전하는'뱀 기름'판매 웹사이트도 있다.이같은 웹사이트들은 한국에서도 누구든 접속,물건을 주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국제기구들과 협력해 적절한 대책을 세울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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