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 공조 중요 … 한·일 정상 ‘과거사’ 빼고 ‘경제’ 얘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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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12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부품 소재 기업의 한국 진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구미 등 몇 곳을 부품소재 전용 공단으로 지정했다”며 “일본 기업들이 원활하게 한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 일본 총리(左)가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일본 부품소재 기업의 한국 진출을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오종택 기자]


이처럼 이 대통령과 아소 총리의 정상회담은 ‘경제 맞춤형 회담’이었다. 의제의 대부분이 경제 문제에 집중됐다. 국제금융 위기와 실물경기 침체에 맞서 ‘이웃끼리’ 공조가 중요하다는 두 정상의 인식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실제 이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한·일 간 경제협력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아소 총리도 “양국 경제관계 강화, 나아가 세계 비즈니스 무대에서 힘차게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성과를 정리했다.

이명박 대통령(右)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웃끼리’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양국 정상의 이날 회담은 ‘경제 맞춤형 회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종택 기자]


◆경제 화두로 실질적 접근=이 대통령은 부품소재 분야 일본 기업의 한국 진출 확대를 위해 정상들이 노력하기로 한 사실에 가장 무게를 뒀다. 부품소재 산업은 이 대통령이 대일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공을 들여온 분야이기도 하다. 그는 8일 과학기술인 신년인사회에서도 “일본과 무역 역조가 300억 달러 난다. 그러나 일본이 가져가지 말라고 하면 부품소재를 수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었다.

‘중소기업 CEO 포럼’을 올 여름 도쿄(東京)에서 열기로 한 것도 회담의 성과로 꼽힌다. 이 포럼에서는 양국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들 간 네트워크 구축과 최신 기술, 시장 정보 교환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 포럼의 개최는 아소 총리와 동행한 일본 경제인이 전날 한국 재계와 협의해 확정한 내용이다.


양국 정상은 4월에 열리는 G20 금융경제정상회의 등을 앞두고 구체적인 공조도 약속했다. 역내 협력을 강화해 세계금융질서 개편의 파고를 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아소 총리는 일본 정부가 한국의 금융안정포럼(FSF) 가입을 적극 지원한다는 뜻도 이번 회담에서 밝혔다. FSF는 G7 국가와 선진 5개국이 회원으로 가입한 국제기구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홍콩·싱가포르만 참여하고 있다.

◆양국 공조 업그레이드=양국 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 분야 외에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뜻을 모았다. ▶양국 간 원자력협정 체결 교섭 개시 ▶한·일과학기술협력위원회 활성화 등 과학 분야에 대한 합의가 대표적인 예다.

또 두 정상은 현재 500만 명 수준의 양국 인적 교류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이를 위해서는 관광취업사증제, 이공계 학부 유학생 파견제 등 사업 확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 밖에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국제적 기여에서도 양국 간 공조를 강화하자는 데 뜻이 모아졌다. 특히 이날 합의된 아프가니스탄 재건 공동활동과 관련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아소 총리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양국이 농업지원·직업교육 등에 협력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독도 문제 빠져=하지만 이날 회담에서는 양국 간 쟁점이 돼온 위안부나 독도 문제와 관련해선 언급이 없었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굳이 언급할 현안이 없는데 지나가다 한번씩 던지는 문제처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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