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연계 논술 “너무 어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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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2일 서울대 자연계 논술시험을 치른 재수생 민모(19)군은 “문제가 너무 어려워 가슴이 탁 막혔다”고 말했다. 민군은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적이 없는 수학 문제가 있었다”며 불안해했다. 자연계에 응시했던 김모(19)군도 “수학과 생물 문제는 다 못 풀었다”며 발을 굴렀다.

서울대는 이날 정시모집 지원자 2480여 명을 대상으로 정시 인문·자연계 논술고사를 실시했다. 인문계 논술은 지난해처럼 통합교과형으로 출제됐지만 자연계 수리 논술은 까다로웠다. 수험생들은 “손도 못 댄 문제가 많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대입에서 손을 뗀 2009학년도 대입에서는 대학별 논술 문제가 다양하게 나왔다. 노무현 정부 때 대학을 억눌렀던 논술 가이드라인(영어제시문·문제풀이형 문제 금지 등)이 없어지면서 대입 자율화가 시작된 것이다. 수시모집에서 한국외대가 영어지문을 내는가 하면 일부 대학은 문제풀이 과정을 요구해 본고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이날 서울대 정시 논술에서는 고교 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나와 수험생들이 당황했다. 현재 고2가 시험을 치는 2010학년도 대입에서는 논술 등 대학별 고사가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자연계 논술 논란=서울대 자연계 논술에는 과학 논술 3개 문항, 수리 논술 1개 문항이 나왔다. 문항별로 4~5개의 논제가 출제됐다. 수험생들은 미분방정식에 대한 개념 이해와 해법 등이 제시문으로 나오자 당황했다. 미분방정식은 고교 교육과정을 뛰어넘는 것이다. 전남대사대부고 양성기 교사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더라도 3학기 정도는 배워야 충분한 답을 할 수 있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영동고 김호성 교사도 “일부 문항은 고교 교과 과정을 벗어난 증명 등의 풀이 과정과 답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공교육논술자문단 소속 자연계 교사 6명은 “난이도가 높은 문제였다”고 평가했다. 자연계 자문단 교사 4명은 “서울대 자연계 논술 문제는 학교에서 대비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런 유형의 문제가 본고사형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6명 중 5명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본고사형 문제란 풀이 과정과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를 의미한다.

학원가에사도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여상진 수리논술원장은 “수리 논술은 지난해보다 분명히 어렵게 출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분방정식은 고교 과정을 뛰어 넘지만 서울대의 제시문을 잘 해석한다면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어 본고사형 문제라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 인문계열 논술은 ▶윤리와 사상 ▶사회 ▶사회문화 ▶한국지리 ▶문학 교과서 등에서 발췌한 지문을 제시하고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나왔다. 본지 공교육논술자문단 소속 교사 11명 중 7명은 “난이도가 ‘중상’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모든 교사는 학교에서 대비 가능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동성고 홍장학 교사는 “수험생 각자가 분석해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도록 출제됐다”며 “논술고사 취지에서 벗어나 본고사 문제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씻어준 문제였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날 논술고사 응시자를 대상으로 학교생활기록부 50%(교과 영역 40%, 교과외 영역 10%)와 논술고사 30%, 면접·구술고사 20%를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면접·구술고사는 13일 치러지며 최종 합격자는 31일 발표된다.

◆2010학년도 이후 논술=현재 고2가 응시하는 2010학년도 수시모집에서는 논술 반영 비율이 늘어난다. 정시모집에서는 논술을 폐지한 대학이 많다. 수시 논술 실시 대학은 서울대·이화여대·인하대 등 36곳이다. 2009학년도 25곳보다 늘어난다. 이들 대학은 논술을 20% 이상 반영한다. 정시 논술 실시 대학은 고려대(서울)·서울대·인천가톨릭대 등 8곳으로 전년도(14개교)보다 줄었다.

강홍준·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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