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윤석화 배제론에 대한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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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뮤지컬'명성황후'(95년 초연)를 만들때 제작.연출자였던 윤호진(에이콤대표)씨는 주역으로 오페라가수 조수미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또한'레미제라블'의 작곡자 클로드 미셸 쉔베르그와 한국계로서 브로드웨이 무대의상의 대모로 알려진 윌라 킴에게 각각 작곡과 의상을 맡기려고 했다.그가 늘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는'세계적 명작'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불발됐다.당초 계획과 달리 중도에 중요 스태프의 얼굴이 바뀌게 됐다.이러는 도중에 애꿎은'희생양'이 나왔다.나중에 주인공역으로 합류한 윤석화다.

그는 조수미 접촉설의 와중에서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다.그가 연극계 최고스타라는 자부심 때문만은 아니었다.'세계적'운운하며 종국에 가서 연극인을 배제하는 제작자의 단견이 못마땅했다.

하나 모든 일이 어그러지자 윤호진씨는 막판 윤씨에게 도움을 요청했고'대의'를 위해 그는 흔쾌히 출연을 약속했다.그는'명성황후'공연전 에이콤의'아가씨와 건달들'등에 출연하며 묵묵히'그날'을 기다렸다.

개막후 10만 관객동원의 성공작이 된'명성황후'가 오는 8월 뮤지컬의 본고장인 뉴욕링컨센터에 입성한다(본지 4월8일자 40면 참조).정식 매표수입을 노린 역사적인 공연이다.

그러나 공연계획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윤석화 배제론'이 제작측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그가 본고장 무대에 서기엔“가창력이 부족하다”는 것.윤호진씨는“작품 보완을 하면서 주역배우의 음역을 넓히는등 고난도의 자질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그러면서 그는 뮤지컬 경험은 없어도'노래 잘하는'성악전공자를 물색중이다.

출연배우의 섭외는 제작자의 고유권한이어서 왈가왈부할 성질은 아니다.하지만 그의'윤석화 배제론'에는 고려할 점이 있다.한마디로 명분이 약하다.

윤석화는 연기자로서의 몇몇 약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무대를 대표하는'문화상품'이다.그에게 한번 뉴욕무대에 서는 기회를 주는 것은 에이콤과의 관계와 정서상 당연한 일이다.

뉴욕관객의 환심을 사고자 음악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면 윤씨의 음역에 맞는 노래를 만들어 주어 약점을 극복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그에겐 신출내기 성악가가 가질 수 없는 대단한 스타성이 있다.

윤석화는 만약의 경우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그는 장차 이런 일을 예상했던지'명성황후'의 출연제의를 받아들이며'해외공연시 반드시 본인과 상의한다'는 문건을 에이콤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으로 비화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에이콤은'모험'보다'순리'를 택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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