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측 보호 기대 힘들자 결심 - 이성호씨 갑자기 귀국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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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에 체류중이던 이성호(李晟豪)전 대호건설사장이 11일 돌연 귀국함으로써 그의 귀국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 관계자들은 재산상 불이익 조치 경고등 그의 측근들을 통한 검찰의 압박작전이 주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실제로 검찰은 李씨 사업체와 부동산등 재산현황을 추적한데 이어 동생인 상호(相豪)씨가 운영하는 ㈜세미냉장의 경리장부까지 뒤지는등 주위를 포위해 들어갔다.그 결과 李씨의 탈세등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제 더이상 김현철(金賢哲)씨나 현정권이 자신을 비호해줄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도 그의 귀국길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즉 현철씨 비리수사 초기만해도 李씨는 모 기관의 지원을 받은 현철씨가 검찰보다 더 힘을 가진 것으로 생각하고 검찰의 귀국 권유를 무시해왔으나 시간이 갈수록 현철씨측의 힘이 약해지는 것을 국내 변호사와 친지들을 통해 감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검찰 관계자들은 권영해(權寧海)안기부장과 현철씨.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운영차장등 3인의 극비회동 사실이 지난 8일 중앙일보 단독 보도를 통해 외부에 알려진 것도 李씨 귀국을 재촉한 한 요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현철씨측에서 워커힐 모임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에서 탈출하기 위해 李씨의 귀국을 저지하지 않아 귀국이 가능했다는 시각이다.검찰의 이같은 분석은 李씨가 귀국 결심을 하기전인 5월초 국내에 있는 모 친지와의 전화통화에서“내가 검찰 요구대로 귀국하면 나중에 현철씨측에 시달릴 것이고 귀국하지 않으면 검찰에 시달릴 것”이라며 어려운 입장을 하소연했다는 소문과 비교해보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수사팀은 그동안 李씨와의 국제전화와 국내 친지들의 증언등을 통해 이같은 李씨의 심경변화를 눈치채고 최근 李씨에게 자진 귀국을 더욱 강력히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현철씨 사건 주임검사인 중수부 3과장 이훈규(李勳圭)검사가 며칠사이 李씨와 십여차례 국제통화를 하면서 설득한 것도 李씨가 귀국을 결심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욱.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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