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만3000 가정 성·본 변경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1. 지난해 재혼한 40대 남성 K씨는 아내가 전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딸(8)의 성을 자신의 성으로 바꾸기로 했다. 딸은 학원에서 이미 K씨의 성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친딸처럼 K씨를 따랐다. 그는 딸과 함께 찍은 여행 사진과 병원비·학원비 영수증 등을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새아버지와 아이의 관계 등을 검토하고 친부의 의견을 들은 뒤 성·본 변경을 허가했다. 개그우먼 김미화(45)씨는 지난해 초 자녀의 성·본 변경 허가를 받은 뒤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2006년 재혼한 김씨는 “아이들이 한 가족이면서도 다른 성을 갖고 있어 우려됐는데 성 변경으로 진짜 한 가족이 됐다”며 기뻐했다.

#2. A씨는 지난해 재혼을 앞두고 전남편의 어머니가 키우던 아이(5)를 데려왔다. 전남편은 2년 전 사망했다. 새 남편이 될 사람은 아이를 친양자로 입양하기로 했다. 원래 자신들이 낳은 것으로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법원은 A씨 새 남편의 친양자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1월 ‘자녀의 성 변경’을 인정하는 새로운 가족 관계 등록 제도가 시행된 이후 1만3000여 가정이 새롭게 ‘리모델링’한 것으로 조사됐다. 1년간 1만2000여 부모가 자녀의 성과 본을 바꿨고, 1700여 가정이 자녀를 친양자로 입양했다.

11일 대법원이 공개한 지난 1년간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자녀의 성·본 변경 신청은 1만6525건이나 됐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지난해 1~3월 절반 정도가 접수될 정도로 집중됐지만 이후에도 매월 600~700여 건이 접수됐다. 처리된 1만4269건 중 88%인 1만2582건의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재혼 가정의 자녀들이 새아버지와 성이 달라 받는 고통을 해소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10건 중 8~9건이 자녀의 성을 새아버지 성으로 바꿔 달라는 것이었고, 어머니 성으로 바꿔 달라는 신청은 1~2건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새로 도입된 ‘친양자’ 신청은 1년간 2498건이 접수돼 이 중 1743건(70%)이 받아들여졌다. 친양자는 입양한 부부가 혼인 중에 낳은 출생자로 간주된다. 친부모와의 법적 관계는 모두 소멸된다. 법률상 완전한 친생자 관계를 법원이 형성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친양자 입양 사실은 원칙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친양자 입양 관계 증명서는 가족은 물론 본인에게도 발급이 제한된다.

대법원 배현태(판사) 홍보심의관은 “성·본 변경과 친양자 입양 결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녀의 복리와 앞으로의 인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가족 제도가 순조롭게 정착돼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승현 기자

◆친양자 제도=친양자 제도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 양자를 법률상 완전한 친생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친양자로 입양되면 친생 부모와의 친족 및 상속 관계는 모두 종료된다. 성과 본도 양부의 성과 본으로 변경할 수 있다. 일반 입양은 친생부모와의 관계와 친생부의 성과 본이 유지된다. 새아버지가 아내의 자녀를 친양자로 입양하는 사례도 많은데 이 경우엔 전남편의 동의가 필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