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 기차 여행’ 테러 위험에 경호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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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기차 취임’을 앞두고 미 경호당국이 초비상이다. 테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대통령 취임식을 앞둔 오바마는 17일 기차를 타고 필라델피아를 출발해 윌밍턴→델라웨어→볼티모어→메릴랜드를 거쳐 워싱턴에 도착한다. 역대 대통령 취임식과 달리 공개적이다. 일반 시민이 다가서기 쉽게 하려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일리노이 출신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취임식을 위해 1861년 스프링필드에서 특별열차를 탔던 것을 모방한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의 기차 여행은 총 220㎞에 달하는 먼 거리인 데다 볼티모어에선 대규모 축하 행사가 예정돼 있다. 윌밍턴에선 조셉 바이든 부통령 가족을 태우고 떠난다. 아직 장소를 공개하지 않은 역에서도 일반 시민이 볼 수 있도록 멈출 예정이다. 그런 탓에 대통령 주변에만 초점을 맞춘 경호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기차로 이동하면서 100번이 넘는 연설을 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워싱턴 구간은 야간에 비밀리에 이동했다. 당시 볼티모어에서 암살 계획이 있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CNN 방송은 10일 ‘그린피스’와 ‘지구의 친구들’ 등 2개 환경운동단체가 오바마의 취임식 기차여행을 재고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알카에다 같은 테러단체가 기차가 통과할 수십 개의 교량·터널이나 철로변 화학공장을 공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단체는 대통령 경호 책임을 맡은 비밀경호국에 보낸 서한에서 “테러리스트가 치사율이 높은 화학물질을 퍼뜨려도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또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취임식이란 점에서 이번 행사는 테러리스트에게 매혹적인 표적이 될 수 있고, 테러단체와 연계되지 않은 독자적 테러는 추적하기 어렵다는 정보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에릭 자렌 비밀경호국 대변인은 “비밀경호국은 모든 대상자의 안전을 위해 연방과 주, 지역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과 철도경찰 당국도 “충분한 사전조치가 이미 내려져 있다. 하늘과 땅, 수중에서 물샐 틈없는 입체적 경호활동이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비밀경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적대적인 지역에서도 대통령 경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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