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시민대토론회>8. 이수성 신한국당 고문 - 이모저모 (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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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수성고문의 토론회는'교수들이 몰려온다'는 말이 실감나는 현장이었다.서울대 총장 출신인 李고문을 지원하기 위해 나타난 교수들로 방청석이 메워졌다.

신용하 서울대 사회학과교수를 비롯,김유성(서울대법대).한인섭(同).성낙인(영남대법대).이범희(서울대공대).임옥빈(중앙대음대)교수등의 얼굴이 보였다.패널리스트들도 4명이 현직교수여서 토론 소재가 정치현안만 아니었다면 교수들끼리의 정치학 세미나로 오해받을법도 했다.

정치인으로는 강용식(康容植).강성재(姜聲才)의원등 신한국당 소속 외에 동생인 이수인(李壽仁)의원과 이규정(李圭正)의원등 민주당의원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다른 주자들과 달리 부인 김경순(金敬順)씨는 토론장에 불참했다.

李고문이 나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었다.이와 관련,패널리스트가“가부장적이고 보수적 스타일인데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냐”고 물었지만 李고문은“아내와 싸워 평생에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고 능청스레 넘어갔다.

…토론은 李고문의 경선참여 여부에 대한 추궁으로 시작.李고문은“마음이 거의 기울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실토.그는 이어“어떤 의미에선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참여선언은 끝내 유보. 李고문은 대통령의 자질을 꼽아보라는 사회자의 주문에 나라와 국민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헌신성.통찰력.결단력등을 제시.그런뒤 자신의 자질에 대해서는“다른 분보다 적다고 보진 않는다.그리고 헌신성만은 다른 분들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 은연중 자신이 제1덕목에서 우위임을 주장. 별도의 준비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 李고문은 평소의 지론을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스타일로 패널리스트들의 질문에 대응.그러나 일부에선 고압적 자세였다는 지적도 대두.“총리로 재직하던 기간중에 경제가 결정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지적에는“너무 심한 말 아니냐”고 반박했고 이회창(李會昌)대표의 대표직 유지와 관련한 李고문의 발언을 확인하려 하자“당내문제는 말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거부. 또 李고문은“파렴치범을 사면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예의가 아니나 전직대통령이나 전직대통령에 반대하다 감옥에 간 사람들은 다르다”는 자신의 주장에 패널리스트가“전직대통령의 범죄에 파렴치범의 성격이 없단 말이냐”는 추가질문을 하자 이번에도“말하지 않겠다”며 함구. …李고문은 당내파가 자신을'무임승차'라고 비판하는데 대해“정치꾼의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정치여야 한다”며 반박.그는 30년간의 서울대교수 경력을 강조한뒤“가장 독립적이고 비조직적.비판적인 대학에서 교수들의 압도적 지지로 총장이 됐고,총리로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노력했다”고 자신을 변호.그러는 한편으로“아직 신한국당에 당비를 안냈으니 그걸 무임승차라면 맞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낳았다.

그는 총리시절의 일화도 소개.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4,5번이나 사표를 냈다고 소개한뒤 물난리.공비침투.각료수뢰등의 이유를 설명. 李고문은 학자출신답지 않은 매우 현실적인 정치자금론을 피력해 이채.“정치를 하려면 돈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뒤“국민이 성금을 보내주지 않는 이상 나도 정치를 하면 돈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같다”고 토로.다만 그는“더러운 돈,대가성이 있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다짐. 그의 강점으로 꼽히는 친화력에 대해“형님.아우만 전국에 5만명이라는데…”라고 꼬집자“얕거나 잔재주를 부리는 사람과는 사귀지 않으며 그런 점에선 오히려 속좁은 사람”이라고 해명. 그는 부친의 사상시비에 대해“월북이 아니며 부친이 인민군에게 잡혀가는 현장을 직접 봤다”고 항변.“함께 끌려가다 평양아래 사원부근에서 탈출한 사람으로부터 아버님 소식을 들은 일이 있다”면서“그런 얘긴 이제 안나왔으면 한다”고 언짢아했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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