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음악과 우연히 마주치는 즐거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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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 20면

프랑스 도서관은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유명하다. ①프랑수아 미테랑 도서관 전경. 네 귀퉁이에 책을 세워 놓은 듯한 건물 배치가 특징이다. ②퐁피두 센터 도서관. 건물 골격만 세워져 있는 듯한 외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③미테랑 도서관 내부. 현대식 시설에 색상과 디자인도 첨단이다. ④ 미테랑 도서관 지하에 있는 자동 자료통제소. 레일에 걸려 있는 통을 이용해 자료를 운반한다.

둥글게 생긴 파리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페리페리크(외곽순환로)를 따라 센강 동쪽을 돌다 보면 특이하게 생긴 건축물을 만난다. 책을 펴 울타리처럼 세워 놓은 네 동의 건물이다. 프랑스에서 자주 만나기 힘든 이 고층 현대식 건물이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이다. 프랑스에는 모두 6개의 국립도서관이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문화공간형 프랑스 도서관

미테랑 도서관은 미테랑 대통령 집권 당시인 1990년 착공했다. 당시 대통령 특별보좌관이었던 자크 아탈리의 건의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모든 도서관의 기능을 전산화한 곳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프랑스에서는 컴퓨터로 책 목록을 검색할 수 없었다. 책 제목이 쓰인 색인을 사서가 일일이 확인해야만 꺼내 볼 수 있었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루브르 박물관 내부에 피라미드관, 파리 외곽 라데팡스의 새 개선문(Grand arche) 등 건축 공사를 많이 해 ‘대역사(大役事)의 대통령’으로 불렸다. 미테랑 도서관 역시 국립도서관 전산화와 함께 건축에 상당한 신경을 쓴 건물이다. 7.5㏊의 땅에 세워진 22층짜리 네 동 건물은 연면적이 36만5178㎡에 달한다. 네 개의 도서관 건물 중앙에는 1㏊ 규모의 소나무 숲을 조성해 놓았다.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도서관 측의 설명이다.

미테랑 도서관, 외관부터 파격
내부는 높은 천장과 널찍한 공간 때문에 국제공항처럼 웅장한 느낌이다. 동관과 서관에 각각 큰 출입문이 있다. 이곳으로 들어서면 1000㎡가 넘는 대형 로비를 만난다. 편안해 보이는 연노란색 의자가 있는데 로비뿐 아니라 열람실에 가도 모두 똑같은 색, 똑같은 디자인의 의자가 놓여 있다. 이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도서관과 문화공간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다. 도서관 문화홍보 담당인 오렐리 귀예르는 “미테랑 도서관은 설립 당시부터 대형 문화공간이란 개념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열람자들이 각종 문화행사에 늘 자연스럽게 접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화공간의 시작은 도서관 동관 매표소 옆에 있는 조그만 전시실이다. 이곳에서는 프랑스의 역사와 관련한 작품과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현재는 지난해 100세를 맞은 철학자 레비 스트로스가 젊은 시절 사용했던 타자기와 그의 육필 원고 등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의 유럽연합(EU) 의장국을 축하하는 뜻에서 EU 27개국에서 자국의 역사를 소개한 유물을 받아 차례로 전시하기도 했다.

도서관 동관에서 서관으로 이어지는 200여m의 긴 복도는 늘 작은 갤러리로 꾸며진다. 커다란 벽을 나무로 입혀 놓았는데 그 위에 대형 작품을 줄지어 걸어 놓았다. 항상 똑같지 않고 보통 3개월 단위로 바뀐다. 도서관의 문화 담당 디렉터가 각 부문의 추천을 받아 수준 높은 작품만 엄선한다.

지금은 ‘젊은 사진작가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이 밖에 실내에 마련된 전시장에서는 어린이 도서전 등이 열리고 있다. 동관에서 두 개의 철문을 거쳐 나가면 오디토리엄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각종 클래식 공연이 열린다. 입장료가 없기 때문에 책을 보러 왔던 사람들이 뜻밖의 보너스까지 얻는 셈이다. 종종 학술 세미나도 열린다. 문화부 장관과 교수 등이 오는데 도서관에 책 보러 온 젊은이들과 즉석 토론을 하기도 한다.

미테랑 도서관에는 하루 3200여 명이 방문하는데, 1600석의 좌석이 있기 때문에 늘 여유가 있다. 주목할 점은 층별로 일반 열람석과 함께 박사 과정 이수자에 한해서만 개방하는 열람실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전문 연구인력이 개인 도서관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당초 취지에 따른 것이다. 박사 과정 이수자는 이곳에 와서 열람 카드를 만들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박사 과정 학생 열람실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더욱 조용하다.

미테랑 도서관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문화공간이란 당초 설립 취지에 맞게 도서·기술·홍보 등 55개 직종의 전문가 20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도서관 지하의 자료 통제실은 최첨단 미테랑 도서관만의 자랑이다. 도서관 직원들이 필요한 자료를 주문하면 각 층으로 해당 자료를 공급하는 곳이다. 도서관 전체에 총 8㎞의 기차 레일처럼 생긴 길이 나 있어 그 레일에 자료를 실어 보낸다. 자료 주문자가 자신의 위치를 코드로 입력하면 자동으로 전달된다.

젊은 문화의 상징 퐁피두 도서관
파리 시내 한복판인 1구에는 퐁피두 센터 도서관이 있다. 입장료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이 도서관은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시장과 집창촌 등이 있던 지역을 재개발해 만든 곳이다. 퐁피두 센터는 특이한 모양 때문에 관광객에게도 큰 인기를 모은다. 건물 내부에 있어야 할 철골 구조물과 계단·에스컬레이터 등을 밖으로 꺼내 놓았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항상 공사 중인 건물처럼 보인다.

1980년대 소피 마르소 주연의 영화 ‘유 콜 잇 러브’에서 마르소가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자주 들렀던 곳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미테랑 도서관은 도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고 주로 박사 과정을 밟는 학생들에게 개방되는 등의 조건 때문에 일반 대학생은 시내 대학 도서관과 퐁피두 도서관을 즐겨 찾는 편이다.

이곳에도 극장과 갤러리·공연장 등이 마련돼 있는데 공연 내용이나 분위기는 미테랑 도서관에 비해 한층 젊은 느낌이다. 퐁피두 센터 앞 광장에서는 매일 마임이나 퍼포먼스 등 즉석 공연이 펼쳐지고 주변 거리 역시 우리나라 대학로나 강남역쯤에 해당하는 ‘레알 지구’여서 젊은이들로 항상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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