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도 선거뒷돈 대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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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국경제인연합회장단이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해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제도개선 작업에 동참키로 했다.사실 고비용 정치구조의 본질은 돈이 들어가는 선거제도-정치인의 돈 수요-기업인의 공급-정치인의 반대급부제공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다.따라서 재계는 이러한 고비용 정치구조의 희생물인 동시에 원인제공자라는 양면적인 평가속에 놓여있다.

돈선거를 막자면 돈 안드는 제도로 개혁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자금이 정치권에 흘러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정치자금법에서는 후원금과 기탁금이라는 제도가 있으나 이는 명목뿐이고 지금까지 각기업이 생색내기,대가바라기,보험들기 등의 목적으로 비밀거래를 선호해 온 것도 사실이다.그러자니 기업으로서는 비자금을 만들어야 하고 이는 원가부담을 높여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떨어지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앞으로는 기업이 합법적인 자금만 투명한 절차를 거쳐 정치권에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기업들이 각자의 사정에 맞게 이러한 자금만 내도 눈치를 보지 않게끔 경제규제혁파,정치자금법개정 등 제도보장이 이뤄져야 한다.후원금이나 기탁금제도가 보다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하고 그 배분도 비교적 공정하게 되도록 해야 한다.

설사 정치권에서 과거와 같이 반강제적인 요구가 있더라도 기업들이 앞으로는 이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全.盧씨 비자금사건에서 보듯 결국은 기업인이 재판정에 설 수밖에 없다.개별기업이 이러한 압력을 견뎌내기가 어렵다는 현실로 볼 때 전경련 등의 단체에서 아예 뒷돈 안대기 결의를 해 집단적인 대응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무엇보다 정치자금을 대면 반대급부를 챙겨주는 관행이 깨져야 한다.이는 정부가 인허가권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며,따라서 과감한 규제혁파가 따라야 한다.권력의 개입없이 시장경제에 입각한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음습한 정치풍토를 개선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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