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출두 기업인.고위관료들 신분 노출 꺼려 얼굴 감추기 百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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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보비리.김현철(金賢哲)씨 비리사건과 관련,대검 중수부에 소환되는 일부 기업인과 고위관료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갖가지 위장 수법을 동원하는등'007작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그동안 세차례 검찰에 불려온 김덕영(金德永)두양그룹회장은 소환때마다 자신 소유의 고급승용차 대신 두양금속.㈜남성등 계열사 소유의 중.소형 승용차를 타고 와 취재진의 시선을 따돌렸다.

또 기업인들 중에는 언론사들이 차적조회를 통해 신분을 알아낸다는 사실을 알고 아예 민원인으로 위장해 명찰까지 달고 민원창구를 통해 걸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이미 10차례 이상 검찰청사를 들락거린 이용남(李龍男)전 한보사장이 이같은 유형에 속한다.청문회때 얼굴이 알려진 李씨는 보도진이 신분을 알고 질문하는데도 끝까지 부인하다 지나가던 수사관이“이용남씨 어디 가십니까”라고 묻는 바람에 신분이 들통나기도 했다.

두차례 소환된 전세봉(全世鳳)감사위원도 승용차 없이 지하주차장을 비밀통로로 이용한'나홀로'출두형.그는 허름한 점퍼 차림에 수사관도 없이 혼자 걸어들어와 눈치빠른 사진기자들조차 일반 민원인으로 착각했을 정도다.

구속후 보강조사 차원에서 재소환되는 사람들도 카메라 플래시를 피하려 애쓴다.지난달 28일 한보 4차 공판후 거의 매일 검찰청사에 불려온 정재철(鄭在哲)의원은 보도진이 청사 앞에 진을 치고 있자 이를 피하기 위해 청사 방호원실에서 10여분간 대기했다 주위를 살피며 황급히 빠져나갔다.

특히 한보그룹 김종국(金鍾國)전재정본부장은 예기치 않게 사진기자들과 맞닥뜨리자“도대체 보안을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방호원들에게 호통쳐 실소(失笑)를 자아내게 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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