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엘리트 기용’은 자신감의 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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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조셉 나이 주일대사 내정자는 하버드대학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국제정치학자다.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나이 내정자와 마찬가지로 세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국제 장학제도로 알려진 ‘로즈 장학생’ 출신이다. 법무부 고위직 네 자리는 오바마가 졸업한 하버드 로스쿨 출신 3명과 예일대 로스쿨 출신 1명에게 돌아갔다.

한반도 문제를 다룰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각각 컬럼비아대학과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바마는 이미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븐 추 에너지 장관 내정자와 하버드대 총장 출신의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을 비롯, 내각과 백악관 고위직을 아이비 리그 등 명문 대학 출신들로 채운 바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를 재무·법무·국방 등 주요 내각 포스트를 하버드 출신으로 채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에 비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바마 진영 인사는 “오바마가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지적 통찰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최우선 발탁 대상으로 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선 위기를 돌파할 창의적 아이디어나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이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워싱턴 정가에선 “주변에 뛰어난 인물들을 배치해도 오바마 자신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지적 자신감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악관에 주요 정책별 책임자(차르)를 배치시킨 것은 자신이 직접 현안을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오바마는 자신의 인선 기준에 대해 “좌우 성향을 가리지 않고 해당 분야에서 개혁적 아이디어가 풍부한 최고의 인물을 선택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지나친 엘리트 위주 기용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젠하워 행정부에서 케네디 대통령으로의 정권 인수인계 작업을 도왔던 스티븐 헤스 브루킹스연구소 석좌연구원은 “로즈 장학생 출신만 15명에 달했던 케네디 사람들은 이전 정부 사람들을 무시하고 그들의 경험이나 조언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워싱턴 포스트(WP)도 8일 “백악관에 거물들이 포진해 내각과 갈등을 빚거나 관료주의의 폐해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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