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거침 없이 하이킥’ 이후 처음 정극에 도전하는 일지매 역의 정일우. [지피워크샵 제공]
만화에서 길어 올린 조선 협객 일지매는 어떤 모습일까. 고우영(1938~2005) 화백의 1970년대 일간스포츠 연재 만화를 각색한 MBC ‘돌아온 일지매’가 21일 첫 방영된다. ‘궁’의 황인뢰 PD가 연출하고 청춘스타 정일우·윤진서가 주연을 맡은 24부작 드라마다. 지난해 방영된 SBS ‘일지매’의 속편처럼 생각될지 몰라도 전혀 별개다. ‘출생의 비밀을 안고 이중생활을 하는 의적’이라는 설정은 같지만, ‘일지매’가 현대 느낌이 물씬한 퓨전 사극이었다면 ‘돌아온 일지매’는 전통 활극에 가깝다. “모험·정치·해학·풍자가 버무려진 원작 만화를 충실하게 재현했다”는 황 연출의 설명이다.
“지금 봐도 여느 문학작품 못지 않게 짜임새 있고 감동적입니다. 화면에 그대로 옮기면 성공이다 싶어요. 오죽하면 (정)일우가 제 나름의 일지매를 해석해 연기하길래 ‘원작 그대로 해!’ 하고 호통을 쳤을까요.”
‘돌아온 일지매’는 일지매의 평생 연인 월희(윤진서), 거렁뱅이 양부 걸치(이계인), 숙적 김자점(박근형) 등 등장인물 대부분을 원작에서 가져왔다. 만화 중간중간에 해학적인 내레이션을 직접 구사했던 고 화백의 캐릭터를 따 ‘책녀’라는 해설자도 설정했다. 만화적 상상력이 특히 빛을 발하는 인물은 옆으로 걷는 청나라 첩자 왕횡보. “펜싱·발레 등의 옆걸음질을 참고했다”는 횡보역 박철민이 감칠맛 나는 조연 연기를 예고한다. 정극에서 보기 드문 남자 주인공의 여장(女裝)도 눈요기거리다.
7일 제작발표회에서 완성도를 자신한 황인뢰 PD. [뉴시스]
‘돌아온 일지매’가 관심을 끄는 또 한 이유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사전 제작 미니시리즈라서다. 24부 중 16부까지 촬영이 이미 끝났다. 원작에서 모호하던 결론 부분도 병자호란까지 감안해 대본을 마쳤다. “쪽대본에 급급해서는 드라마 발전이 없다. 한류 의존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갖추려면 사전제작이 필수”라는 황 연출의 소신 때문이다. 2년 여 전 원작 판권을 놓고 경합했던 다른 제작사가 같은 소재로 SBS에 먼저 편성·방송하면서 속앓이도 했다. 김빠진 기분이 들 법 하지만 “처음 깃발 꽂는 거니까 어려움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자위한다. 유사 소재를 반년 여 만에 다시 내놓으면서 황 연출이 믿는 것은 차별화된 스토리와 사전제작에 따른 완성도다. 황 연출은 “후반 작업을 남기고 MBC 파업으로 일부 차질을 빚기는 했지만 방영 때까진 완성도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
강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