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나눔 경영이 동유럽서의 성공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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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금 동유럽 국가들은 시장경제 체제로의 이행 경험에 따라 '돈 벌고 성취하는 일'에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집착이 앞으로 더 큰 성장과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동유럽에서 15년간 은행 설립 및 경영 업무에 매진해온 박동창(52) LG투자증권 부사장. 그는 1989년 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차례로 헝가리와 폴란드에 진출해 은행을 일군 과정을 엮어 '글로벌형 CEO'(화남)라는 제목의 책을 최근 펴냈다.

"89년 당시 저는 한 종합금융사의 국제금융 책임자로 있었는데 대우로부터 헝가리에 은행을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지요. 한국의 금융 기법과 경영 방식으로 승부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설레는 가슴으로 동유럽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는 90년 헝가리 대우은행을 설립한 뒤 영업총괄 임원으로 일하며 5년 만에 이 은행을 헝가리 내 최우량 은행으로 성장시켰다.

능력을 인정받아 LG로 스카우트된 그는 96년 폴란드에 LG페트로은행을 설립하는 작업을 맡았다. 그는 은행 설립 후 97년부터 2003년까지 은행장으로 재직하면서 현지 임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신념을 불어넣고,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한다'는 전략을 세워 강하게 밀어붙였다. 신생 LG페트로은행은 그가 행장으로 부임한 지 3년 만에 '폴란드 5대 은행'의 하나로 성장했다.

박 부사장은 동유럽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성공을 거두려면 '더불어 사는 사회'의 경영 이념을 실천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유럽 국가들에는 아직 옛 공산당식 통치체제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익의 사회 환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은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저희도 환경.교육 등 공익성이 강한 분야와 연계된 상품을 개발해 내놓았는가 하면 은행 차원에서 전국적인 암기금 모금활동을 벌이기도 했지요."

그는 최근 LG그룹이 LG페트로은행의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잔무 처리를 위해 폴란드와 한국을 오가고 있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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