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1300 가능하지만 뒷심은 부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경기는 더 나빠진다는데 연초 주가는 일단 상승세다. 경제의 기본 여건이라는 ‘펀더멘털’로는 설명되지 않는 랠리(주가상승)다. 과도한 급락에 따른 반동, 시중 자금사정의 일시적 호전,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풀이된다.

그러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아직은 불안하다. 이럴 때는 투자심리와 각종 기술적 지표로 증시를 내다보는 ‘기술적 분석가’의 발언이 힘을 받는다. 어차피 펀더멘털로 설명되지 않을 때는 심리 진단이 더 정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가를 대표하는 기술적 분석가인 유승민(사진 左) 삼성증권 연구위원과 이윤학(右)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코스피지수가 1월 중 일단은 1300선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눈여겨 본 것은 지난 2일의 ‘골든 크로스’다. 코스피지수 20일 이동평균선이 60일 이동평균선을 밑에서 위로 뚫은 것을 가리킨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단기 이동평균선이 중기 이동평균선을 돌파한 것은 9월 이후 이어진 주가 하락의 흐름이 끊긴 것을 의미한다. 대개 골든 크로스가 발생하면 주가는 상승세를 타는 경우가 많았다. <표 참조>

우리투자증권 이 연구위원은 “골든 크로스 발생 후의 역대 주가 평균 상승률을 이번 기회에 대비했을 때 코스피지수는 129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수치는 약세 국면에서 발생한 골든 크로스의 평균 수익률을 적용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이번 주가 상승이 곧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르긴 하되 뒷심이 달린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달에 나올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발등의 불이다.

주가가 아직 안전하게 바닥을 통과했다는 신호가 포착되지 않는 점도 부담이다. 2000년 이후 코스피200 지수 편입 종목 200개 중 주가가 연간 최저치를 기록한 비율이 5%(10개)를 넘어섰다가 1% 밑으로 떨어져야 주가는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삼성증권 유 연구위원은 “아직 이 비율이 1.07%를 기록하고 있고, 움직임이 들쭉날쭉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1% 미만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때 주가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적 분석가들이 투자심리를 확인할 때 즐겨 들여다보는 게 실질고객예탁금 추이다. 이는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기는 고객예탁금에다가 주식매수 금액을 합친 숫자다.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지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실질고객예탁금은 1조5000억원 늘었다. 주가 급락기를 틈탄 투기성 개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11월에는 이게 7000억원가량 줄었고, 12월 이후에는 제자리걸음이다. 유 연구위원은 “약세장에서 강세장으로 돌아설 때는 항상 투기 성향이 강한 개인들이 시장을 선도했다”며 “이들의 돈이 지속적으로 유입돼야 시장 방향이 돌아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