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를 잘 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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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왜 하는가? 그리고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영어실력이 되면 자신의 삶에 가장 도움이 될까? 영어를 자기 인생의 성공과 행복에 맞춰 최적화하려면 언제,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할까? 이 문제는 각자의 전공과 직업에 따라 매우 다양할 것이다. 조기유학이건 대학 유학이건 미국에 유학해 공부하려는 학생이라면 유학 전에 영어 공부의 네 가지 영역(듣기.읽기.쓰기.말하기)에서 탁월한 실력을 갖춰야 한다.

국내에서 공부하려 하는 학생이라도 고교 때까지 영어 공부의 네 가지 영역에서 유창성을 갖는 것이 좋다. 만일 고교 때까지 영어의 유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학에 가서도 영어를 계속 공부해야 하고, 이럴 경우 전공과목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영어가 수단으로서 역할하려면?
그렇다고 해서 전공과목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고, 영어와 전공과목을 모두 잘하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또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해서도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 경우로 이어진다. 자칫 영어 공부를 평생 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이쯤 되면 영어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영어는 수단이다. 이 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하지만 영어가 수단으로서 역할을 하려면 고교 때까지 (대학입학 전까지)는 네 가지 영역에서 탁월해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도 적어도 글로벌 시대에 기본적인 의사소통능력은 갖출 필요가 있다. 우리가 미국인이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를 미리 익혀 두면 대학이나 대학원, 나아가 직장생활에서도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된다. 특히 글로벌시대에 더욱 그렇다. 단순히 영어를 잘해야겠다는 마음가짐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체적인 계획과 시간표가 있어야 한다. 영어 공부의 목표가 고교때까지 수능 1등급이라면, 이런 학생들은 1등급을 받더라도 대학에서 다시 영어를 공부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 실력으로는 원서를 빨리 이해하고 영어로 리포트를 작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이 강의하는 수업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 뿐더러 대학과정 자체를 충분히 소화하기 힘들게 된다. 이러다 보면 다시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해외연수를 가야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고교때 충분한 영어 실력 갖춰야
대학 진학을 계획할 경우 영어는 고교 때까지 유창성을 갖추지 못하면 글로벌 시대에 힘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민족사관고학생들은 졸업 때 영어실력이 아이비리그 수업을 따라가기에 충분한 수준이 된다. 지금까지 영어 실력 부족으로 수업을 그만둔 학생은 없다. 이들은 일찍이 영어라는 수단을 갖춰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에 전공을 보다 깊이 공부할 수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미국 현지에서는 취직하기 힘든 원어민들이 단지 영어 하나를 잘한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대접받는 걸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인으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걸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미국에 태어나지 않고 한국에 태어난 것을 후회할 필요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다. 현실을 인정하고 빨리 적응해야 한다.

당분간 팍스아메리카나(미국 전성시대)는 지속될 것이다. 옛 팍스로마나(로마 전성시대)의 영향을 천년이 지난 지금도 라틴어를 통해 보고 있지 않은가?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데, 로마의 영향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국력이 쇠퇴한다 해도 그 영향은 적어도 수십 년은 지속될 것이다.
 
직업군에 따라 영어 유창성 차이
그렇다고 모두 영어를 똑같은 수준으로 잘 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통역사나 영어강사·영어교사·영문학 교수가 되려고 할 경우는 직업상 영어를 계속 사용해야 하므로 영어의 유창성이 매우 높아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일찍 영어를 공부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반면 영어를 평생 거의 쓰지 않는 직업군에 속한다면 영어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기본적인 의사소통능력정도만 있으면 될 것이다.
영어를 평생 사용하고 연구해야 하는 직업인 사람들은 영어가 목적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영어를 매개로 다른 업종에 종사할 확률이 높다. 이런 사람들은 영어가 수단이므로 가능하면 빨리 독해·듣기·말하기·쓰기 영역에서 충분한 실력을 갖춰야 대학에서 자신이 전공하고 싶은 학문을 더욱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고문수 전 민사고 영어과 수석교사·
굿멘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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