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업종에도 사람들 몰려 - 택시기사 구인 사라지고 정화조 청소도 마다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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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기불황 탓인가.올들어'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이른바 3D업종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운전사가 없어 차량을 놀리던 택시.버스업체는 운전사가 남아돌아 차를 풀가동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농촌에도 인력이 몰리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거들떠보지도 않던 정화조 청소,하수구 맨홀 청소,정비업소 기름찌꺼기 청소에도 구직물결이 일고 있다.일당은 지난해보다 떨어졌으나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3일 오전6시 대구의 대표적 인력시장인 서구비산동 만평네거리.60여명의 인부들이 줄담배를 피우며 서서 기다리다 경북의성.칠곡군 등지에서 온 승합차 10여대가 서자 우르르 몰려 타고 사라진다.잠깐 사이 40~50여명의 인부들이 빠져 나갔다.농촌으로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다.지난해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대부분 농촌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수입좋은 건설공사장행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40대 남자는“일당이 4만~5만원으로 건설공사장의 노임 8만원보다 훨씬 적지만 하루를 공치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고령.달성군등 농촌과 가까운 대구대명동 서부정류장 부근도 마찬가지. 이들 인부중 남자는 대개 지하수 개발,비닐하우스 철거,건물 철거등 허드렛일을 하고 여자들은 밭 김매기,수박.참외의 순치기작업을 한다.

광주시구양동 일일근로자 소개소인 K직업소개소에는 요즘 하루 50여명이 일자리를 찾고 있으나 10여명을 소개하는데 그친다.그것도 정화조 청소,하수구 맨홀 청소,자동차 정비업소 기름찌꺼기 제거작업장에 소개된다.이 소개소 최창수(40)씨는“최근 청소 용역회사에서 정화조 청소요원 3명을 요청해 왔으나 희망자가 너무 몰려 선정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일당도 95년 6만원선이었으나 4만5천~5만원으로 떨어졌다.

택시.버스업계에도 취직하려는 사람의 발길이 이어져 오랜만에 인력난에서 벗어나고 있다.

72대의 택시를 갖고 있는 대구방촌동 매일택시에는 하루 3~4건의 취업문의가 들어온다.지난해말만 해도 하루 택시 3~4대씩을 놀렸으나 요즘은 풀가동하고 있다.강원도 춘천 공신기업도 올들어 놀리는 택시가 없다.지난해에는 운전을 하겠다면 무조건 채용했으나 요즘은 기사가 남아돌아 적성.성격등을 고려,가려 뽑는다. 전국부=강진권.이찬호.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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