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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칼럼

‘육감정치’로 앞서가는 사내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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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상무는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되뇐다고 한다. ‘나는 연예인이다’ ‘회사에서 나는 연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그에게 회사는 필경 무대이자 배경이고, 직장 동료는 조연이거나 엑스트라 또는 열렬 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 그에게서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분명히 있을 법 하다.

그런 사람 앞에 ‘황 회장’이 있다면 이렇게 반문하지 않을까? “당신은 진정성이 있어? 있다고 치고, 그걸 어떻게 보여줄 건데? 안 보여줘도, 느낌으로 알 수 있다고? 느낌? 지금 나하고 농담 따먹기 하자는 거야?’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S상무 말고 이런 사례도 있다. L그룹이 투자도 하고 직원도 파견해 설립한 G벤처기업에 근무하던 H주임. L그룹 파견 직원도 아니고 계약직으로 입사한 그였지만, 그가 회의실에 나타나면 분위기가 화악‘ 밝아졌다고. 실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터치‘가 좋았던 그는 상하 모든 직원들에게 사랑을 받은 나머지, 설립 2년 만에 그 벤처기업을 접는 순간에도 살아남아, 복귀하는 직원들에게 묻어서, G그룹 정규직원으로 가는데 성공했다.

S상무나 H주임처럼, 사내정치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약간의 공통점도 느껴지면서, 그들만의 장기 같은 것도 눈에 띄곤 하는데, 그 결과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 가운데 하나는, ‘육감정치’를 잘하면 ‘좋은 사내정치’를 그것도 아주 잘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육감정치?’ ‘육감’하니까 肉感을 먼저 떠 올릴 사람들이 없지 않을 텐데, 여기서는 六感을 말한다. 그것도 여섯 번째 감각으로서 육감이 아니라, 여섯 가지 감각으로서 육감으로 개념 규정해봤다.

첫째, ‘시각’이다. S상무처럼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이렇게 다짐해보기 바란다. ‘나는 연예인이다!’ 그런 기분으로 연예인처럼 깔끔한 복장과 행동을 연출하고, 회사 내에서의 행동도 연기라고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왜? 께름칙한가? 어차피 삶이 연기인데, 뭐가 그렇게 마음에 걸리는가?

S상무의 경우에는 그런 마음가짐의 변화가 초래한 효과가 실로 엄청났다고 말하고 있다. 처음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어색하고 헐리웃 액션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스스로도 그렇게 변해가면서 주변에도 그런 변화가 점점 더 위력을 발휘하더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이미지나 외모 관리는 이미 많은 사내정치 전문가들이 강조하고 있는 중요한 정치적 역량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심지어 어떤 전문가는 사무실 분위기를 어떻게 꾸미는가도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둘째, ‘청각’이다. ‘정치는 말이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가? 잠깐, 자제하시고. 지금 난 선거를 치르는 중이라고 생각하라!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내, 지지와 성원을 이끌어내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라! 영향력을 높여가려면 결국 지지를 획득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말기 바란다. 오바마도 결국 말 잘해서 대통령이 되지 않았는가?

셋째, ‘미각’이다. ‘맛으로 지지를 사라!’ 뭐라고? 날더러 향응으로 승부하라고? 펄쩍 뛸 사람들 많을 것이다. 하지만, 먹이는 것, 아주 중요하다. 영화 ‘친구’ 기억할 것이다.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니, 의리가 뭔지 아나? ... 이기 의리다 !”하면서 장동건 앞에 수표를 흔들어보이던 그 장면. 또 있다. 영화 ‘웰컴투동막골’. “영도력의 비결? 글쎄… 머를 마이 멕에이지, 머"

그렇다! 드라이하게 앉아 3시간 동안 면담하는 것보다 1시간 동안 밥을 함께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게 네트워크 대가들의 지적이다. 밥보다는 술? 물론이다. 인간관계의 양보다 질에 집중해라! 그러면 위기 때 힘을 발휘할 것이다.

직장인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사들이 의외로 부하 직원들과 개인적으로 식사하는 기회를 갖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도 회사 돈이 아닌 개인 돈으로 밥이나 술을 사주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가끔은 개인 돈으로 밥이나 술을 사주면서 애정을 돈독히 해두는 것이 지지를 획득하는데 중요한데 말이다.

넷째, ‘후각’이다. 냄새로 꿀벌을 모아라! 여러분은 혹시 향기 마케팅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누~구?’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에 이성적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을 단점으로 인지한 참모진들은 유권자들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래서 채택한 것이 향기 마케팅이었다.

이른바 ‘대통령 향수’는 그렇게 해서 개발이 되었고, 이명박 후보자가 나타나는 곳에는 어디나 사람을 풀어 청중 사이를 누비며 그 향수를 뿌리게 했다. 이명박 후보자만 나타나면 좋은 향기가 난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이 향기 마케팅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했는지는 검증이 어렵지만,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냄새는 외모와 더불어 이미지를 형성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향기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당신만 나타나면 언제나 좋은 향기가 사무실에 가득 차도록 연출하라! 그 향기로 해서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당신의 영향력도 그만큼 배가될 것이다.

다섯째, ‘촉감’이다. ‘터치가 중요하다’ 당신은 터치가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잘 모르겠으면 주변에 한번 물어보기 바란다. 가능하면, 터치가 좋아서 가까이 하고 싶고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 되라! 그리고, 때론 마음 깊숙이 터치해 들어가 감동을 주는 것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여섯째, ‘육감’이다. ‘천문과 기상을 꿰뚫어라!’ 많은 사내정치 전문가들이 이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내외의 환경 변화를 꿰뚫어 보면서도(천문학) 부서 내의 상황(기상학)을 파악하는 직관력과 통찰력을 갖도록 노력하라는 주문이 그것인데, 이런 능력은 위로 올라갈수록 더 중요해지는 능력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런 능력을 갖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내공이 생겨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준하게 노력을 기울이면 어느 순간부터 체화되어 몸으로 느낄 정도가 된다.

이와 관련해, 춘추전국 시대의 책사들을 떠올려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표적인 책사 제갈공명은 기후변화까지 예측해서 적을 공략하는데, 그런 선수의 경지는 타고난 것에 노력이 더해져야만 나오는 것이다.

혹시 알고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정치권에는 주군을 자신이 선택하는 책사들도 없지 않다. 회사 내에서 그런 책사 반열에 오를 수 있다면, 임원 승진 정도는 ‘떼어 놓은 당상’이 아닐까?

육감정치(六感政治 : Six-Senses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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