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시민대토론회>2. 정대철 국민회의 부총재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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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지령 1만호를 기념해 문화방송과 공동 주최하는'정치인과 시민 대토론회'는 이틀째인 2일 국민회의 정대철(鄭大哲)부총재를 참석시켰다.'범야권 제3후보론'을 제기하며 김대중(金大中)총재에게 대선후보 경선 도전장을 낸 그는“경선에서 이기더라도 국민경선을 통한 범야권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또“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얼마 남지않은 임기를 무만호를 기념해 문화방송과 공동 주최하는'정치인과 시민 대토론회'는 이틀째인 2일 국민회의 정대철(鄭大哲)부총재를 참석시켰다.'범야권 제3후보론'을 제기하며 김대중(金大中)총재에게 대선후보 경선 도전장을 낸 그는“경선에서 이기더라도 기득권을 포기하고 국민경선을 통한 범야권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또“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얼마 남지않은 임기를 무사히 마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토론회 사회는 김영희(金永熙)중앙일보 국제담당대기자가 맡았고 권만학(權萬學)경희대 국제관계학과교수,김민환(金珉煥)고려대 신방과교수,김석준(金錫俊)이화여대 정보과학대학원장,이경숙(李景淑)한국여성민우회상임대표,이진주(李軫周)생산기술연구원장등이 패널리스트로 참여했다.

-뒤늦게 대선경쟁에 뛰어든 鄭부총재에 대해 공연히 김대중총재에게 흠집을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평이 있다.경선 승산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계산해달라.“지금 약세임에 틀림없다.그러나 지지가 늘고 있다.국민정서와 당원정서가 일치한다면 이기리라 확신한다.우리 당이 현재의 상태로는 집권이 힘들다.지금 국민들은 새로운 인물을 요구하고 있다.지역편중을 벗어나 전국에서 고루 득표할 수 있고 유권자의 60%에 달하는 20~30대,그리고 여성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요구된다.” 지역편중 극복위해 출마 -대선후보 야심보다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계산 아닌가.“오히려 반대다.金총재를 돕는게 당내 입지 확보에 유리하다.그러나 국민은 수평적인 정권교체를 요구하기 때문에 김상현(金相賢).김근태(金槿泰)두분과 3분의1 가량의 지구당위원장이 나를 징발하게 됐다.”

-'金총재보다 당선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근거는.“불행히도 우리 당은 지역적인 편중성이 있다.호남만이 아니라 경상도.충청도,특히 이북 5도민들에서까지 표가 나와야 한다.이북출신중 95%가 여당을 찍었다는 통계도 있다.때문에 내가 출마한 것이다.”

-어제 鄭후보 캠프쪽에서 야당내 경선과 관련,'야당적인 관권선거'라는 지적을 꺼냈다.당내 분란을 야기하는 것 아닌가.“활발한 경쟁에서 당은 역동적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한다.여당의 9룡이 경쟁하듯이 물론 부작용도 있겠지만 우리도 경쟁을 통해 종합적으로는 발전의 상승효과가 있다.” -경선에서 지면 혹시 金총재로부터 분가할 계획 아닌가.“말도 안된다.패자로서 승복하고 승자를 도울 것이다.특히 범야권 후보를 만드는데 노력하겠다.金총재가 당선돼도 이를 요구할 것이다.”

-김상현.김근태의원과 함께 DJP연합을 통한 정권획득에 부정적 반응을 보여왔다.사실 DJP공조를 통해 金총재가 나서는 것이 당선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는가.“DJP를 통한 金후보로의 단일화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단일화가 이뤄져도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당선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제3후보가 선정돼 DJP의 지원만 받으면 반드시 되리라 본다.”

-鄭부총재가 경선에서 이기면 대선후보를 사퇴한 후 제3후보 추대작업에 나서겠는가.“국민경선제가 당론으로 받아지는 조건이라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이미 나는 경선출마선언에서'범야권 단일후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鄭부총재는 조순(趙淳)서울시장을 후보로 추대하기로 준비한 것으로 아는데 제3후보로 여권,예를 들면 고건(高建)국무총리나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등을 후보로 추대할 의향은 없는가.“고려할 생각 없다.” -국민경선제는 지역적 기반이나 당내입지가 金총재에 비해 열세인 鄭부총재가 궁여지책으로 내세운 전략적 제안이 아닌가.현실적으로 1백만~2백만명이 참여하는 예비선거가 가능하리라 보는가.“현실적으로 가능하다.일본에서는 신진당이,대만에서는 민진당이 예비선거를 치렀다.우리도 서대문갑 시의원선거에서 소규모지만 예비경선제를 해본 경험이 있다.그런데 같은 날 치러진 서대문갑.을구 선거에서 갑구의 투표율이 두배가량 높았다.이처럼 예비경선제는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효하다.”

-4.11총선에서 鄭부총재는 정치초년생인 박성범(朴成範)후보에게 패배했다.지역구에서도 이기지 못했는데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총선 패배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이번 낙선은 두번째로 낙선후 많이 크는 과정을 겪었다.金총재도'나는 대선에서 세번,국회의원선거에서 네번이나 떨어졌는데 뭘 그러느냐'고 위로하더라.더구나 전국평가와 지역평가는 다를 수 있다.”

-鄭부총재는 92년 대선 당시 金총재의 핵심참모였다.金총재가 신고한 대선자금 2백억원이 틀림없는가.“그 이상은 쓰기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당시 유세를 수행했는데 저녁때만 되면 金총재는 서울로 올라갔다.자금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조금만 더 썼으면,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꼈지만 그것이 야당의 현실이었다.여당은 당 공식기구에서만 4천억원을 썼고 전체로는 조단위에 육박할 것이다.”

日.臺灣서 예비경선 성공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는 어제 토론회에서'92대선자금은 여야 모두 밝혀야 한다'고 했다.

“여당이 밝혀야 할 정치자금문제에 야당을 끼워넣어 초점을 흐린다는 인상이 들었다.야당은 선거자금이 넉넉할 수 없다.지금 관행대로 선거를 치르면 여당 당선자는 누가 됐든 또 청문회에 서야만 할 것이다.”

-92년 대선당시 김대중후보의 자금내역을 알만한 위치에 있었는가.“그렇다.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2백억원은 맞는 숫자인가.“감으로 짐작컨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金총재는'야당이 받은 정치자금은 대가성이 없으므로 여당이 받은 것과는 다르다'고 했다.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야당 정치인들은 정보정치를 겪으면서 여당과 달리 정치자금에 매우 조심스럽다.”

-권노갑(權魯甲)의원은 여당 중진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드러났는데도 청문회에서 큰소리 쳤다.야당은 징계등의 얘기도 없다.

“그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보고 당 윤리위등에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고 있다.”

-야당의 모 인사는 노태우(盧泰愚)대통령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을 밝히기까지 했다.

“金총재를 말하는 모양인데 그는 누누이 받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과 그때의 심경을 소상하게 토로했다.”

-鄭부총재와 국민경선제를 주창한 김상현의원도 정태수(鄭泰守)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는가.그런 金의원과 연대한 것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이라는 비난도 있다.

“본인은 대가성 없이 정치자금으로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일방적 매도는 곤란하다.” '정당한 돈'비판 말아야

-그렇다면 김대중총재처럼 정치자금 내역을 밝히기만 한다면 면책사유가 된다는 말인가.“金총재에 대한 평가는 현재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유보하겠다.그러나 돈쓰면 무조건 죄악시하는 풍토는 우리나라 정치발전의 백년대계를 위해 바람직스럽지 않다.옥석을 가려야 한다.정치에는 돈이 필요하다.정당한 돈을 받아 활동적으로 정치 잘 하는 것을 칭찬해야 한다.” -鄭부총재는 구체적으로 지난 한달 정치자금을 얼마나 받고 어떻게 썼는가.답을 듣고 우리가 옥석을 가리겠다.(장내 웃음)“지역구사무실 운영비가 월1천만원이다.그런데 지금 후보경선에 나선 특별상황이라 친척과 친구들로부터 후원회비를 걷고 있다.”

-생활비 조달방법과 빚이 얼마인지 말해달라.“변호사인 자형들과 친구들이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보내준다.정치인이 된 후 보증을 서 지게된 5천만원과 지난 총선때 2천만원,총7천만원이 빚으로 남아 있다.”

-김현철씨가 구속되면 金대통령은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딜레마다.우리풍토에서 자식을 감옥에 보내면서 아버지가 떳떳하게 대통령직을 수행하기는 어렵다.그러나 비정상적 방법으로 대통령이 도중 하차하면 민주발전에 좋은 일이 아니라고 본다.결국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할 것이다.”

-'여당 봐주기'쪽으로 말한 듯 들리는데 야당의원이 돈을 받아서 봐주기로 선회한 것은 아닌가.“아니다.우리 역사에서 비정상적으로 자주 대통령이 바뀌면 민주발전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개인적으로는 현직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무사히 마치길 바란다.그러나 내가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대통령직을 그만둘 것이다.”

-북한의 붕괴가능성등 비관론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책복안은 있는가.“붕괴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그러나 붕괴유도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동독의 마지막 총리는'한국은 독일통일의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이 무르익는 시기에 통일을 할 것'을 권고했는데 이 말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주체사상의 아버지 황장엽(黃長燁)씨를 영웅으로 보는가,망명자로 보는가.“여러 측면이 있다.도착성명과 서신에서 드러난 오류는 냉정히 평가돼야 한다.그러나 한편 남북간의 전쟁을 막기 위해 왔다는 그의 의도는 평가할 만하다.”

-한.미.일을 제외한 온세계가 아사직전의 북한 돕기에 나서고 있다.북에 조건없는 식량지원을 해야 한다고 보나.“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무조건 민간차원과 정부차원이 병행해 헐벗고 굶주린 동포를 도와줘야 한다.이는 북한내 온건주의자들의 입지를 강화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평소 행정부 관료에 대해 잘해온 일과 못한 일을 꼽는다면.“정치가 안정되고 발전하려면 행정부가 잘 돌아가고 안정돼야 한다.행정개혁을 통해 모든 개혁이 나타나야 한다.사회복지 분야를 제외한 부처는 작은 행정부가 돼야 한다.저비용 고효율적인 행정관료가 있어야 한다는게 기본 원칙이다.열심히 일하고 능력있는 사람이 배경있는 사람보다 잘 대우받고 발탁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현 경제운영 정책의 문제가 뭐라고 보는가.“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렸다.정부 주도아래 재벌중심의 성장경제정책을 택하다보니 외형적 성과만 중시한 결과를 낳았다.국가중심에서 시장중심으로,생산자중심에서 소비자중심,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국수주의적 사고에서 자유개방적 국제화의 개념을 갖고 경제를 바로잡을 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비용 구조문제가 지적되면서 재계에서는 임금동결 얘기도 나오고 있다.근로자들에게 3~5년간 임금동결을 호소할 의향이 있는지.“고비용 저효율은 임금뿐 아니라 고이자.고지가.고물가.고물류비등이 종합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임금이 높다는데 일부 동의하지만 근로자에게서만 원인을 찾는데는 동의할 수 없다.”

-경제문제에 대한 분석은 잘 나와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 문제다.김영삼정부의 재벌정책도 초기와 상당히 달라졌다.차별성 있는 정책대안이 있나.“독과점을 막고,각기 전문화된 기업을 하도록 해야 한다.중화학공업에서 아이스크림장사까지 하도록 하는 것은 안된다.상속세도 제대로 집행돼 3대가 똑같은 지분을 소유하는 행태를 지양해야 사회.경제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보장해주되 정치도의적 책임을 지고 신한국당 당직을 내놓도록 촉구할 의향은 없나.“동감이다.공정한 대선을 집행하기 위해 지금쯤 신한국당 당직을 그만두는게 바람직하다.”

-문화시장의 경우 일본문화에 대해 폐쇄적이다.암시장에 들어온 왜색문화 문제가 심각한데 암시장을 더욱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보는가.“일본문화도 점차 수용해야 한다.일본을 알기 위해선 일본문화와 접촉하는 것을 막아선 안된다고 본다.점진적으로 충격을 완화하면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3金정치 청산이 안되는 이유는 3金만한 지도력을 지닌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나.“3金을 한꺼번에 몰아 취급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김대중총재는 다른 두 분과 달리 도덕적 보상과 특별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그러나 시대가 새로운 비전과 인물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경선제는 외부의 공작개입 가능성이 높다.여당이 대거 참여,자신에게 유리한 후보를 당선시킬 수도 있지 않나.“이론적으로 가능하다.그러나 외부의 공작기관에서 10만~20만표를 공작하려면 눈에 띄게 마련이다.이것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鄭부총재에 대해 결정적 고비마다 정면돌파를 회피한다는 지적이 있다.그런 덕목을 가진 분이 대통령이라는 결단의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있다.

“바로 지금 金총재를 향해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데 내가 도전하는 것을 보면 그 예는 옳지 않다.” -상무대 비리사건의 위원장을 맡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유야무야 끝났다는 지적이 있다.

“내가 단초를 끌어내고 청문회를 만들었던 사건이다.그러나 사건의 핵심이 대통령과 영부인까지 연결돼 여당이 수표추적도 안하고 증인으로 나서지도 않겠다고 하는등 여당의 비호와 방해 때문에 되지 않은 것이다.불가항력이었다.”

-자활자는 월 1만원,가택보호자 8만9천~9만9천원정도를 보조받는다고 한다.그런데 정치인이 만나는 장소는 대부분 호텔이고,천문학적 정치자금을 쓰고 있다.

“나도 자제,노력하겠다.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되려면 예산할당이 돼야 한다.이를 위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정개입이 이뤄져야 한다.” -鄭부총재가 후보로 지명됐다고 가정했을때,여당 후보로는 누구를 가장 강적으로 보나.“제3후보,국민이 바라는 후보가 나온다면 여당 후보는 별로 무섭지 않다.”

-金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몇점을 주겠나.이 정부와 차별성 있는 대북정책은 무엇인가.“죄송하지만 낙제점이다.예를 들면 이산가족 문제.핵문제등을 다른 사안과 연계하는 바람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북한은 경쟁상대이면서 통일될 민족의 대상자란 측면이 있다.언젠가는 통일.긴장완화하려면 적보다 동지라는 개념이 많아야 한다.또 통일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군축을 해야한다.주변 4강국을 끌어들여 적극적.능동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기업측에서는 야당이 기업.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비리를 파헤치는 노력만 한다는 비판이 있다.중립을 취해달라는 요청이다.

“야당의 기본임무는 여당을 비판.감시하는데 있다.감시하다 보면 대안제시에 소홀한 측면도 있다.대안을 대다보면 제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측면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달라.”

정리=이정민.김현기.채병건 기자

<사진설명>

'정치인과 시민 대토론회'에 앞서 패널리스트들과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있는 정대철 부총재.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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